박양호 국토연구원장 |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미국의 비우량주택담보대출채권 즉, 서브프라임 모기지사태가 주원인이었다. 당시 우리 주택시장도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큰 영향을 받았다. 시장에서는 주택거래가 중단되고 미분양주택 물량도 2009년 3월에는 전국적으로 16만5천여호까지 쌓였다. 또 자금조달이 원활치 못했던 건설기업들의 부도설도 흘러 나왔다.
주택시장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은 2009년 4월부터 빠르게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침체로 출발했던 2009년 주택시장이 금리인하와 규제완화를 비롯한 정부대책에 힘입어 상당부분 회복됐다. 주택시장의 회복이 단지 주택이라는 개별 시장에만 머물지 않는 성과를 보였음은 물론이다. 주택공급 확대를 통해 많은 일자리를 창출했고 양도소득세 완화와 건설부문 유동성 공급으로 미분양주택을 축소하고 건설기업에 자금이 흐르도록 해 우리 경제가 조기 회복하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 또한 보급자리주택정책을 추진해 무주택 서민의 내 집 마련 기회를 대폭 확대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부가 취한 일련의 주택시장 활성화 대책은 침체에 빠졌던 우리 경제에 활력을 주는 견인차 역할을 수행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우리나라가 가장 빨리 그리고 가장 성공적으로 경제위기에서 빠져 나올 수 있도록 하는 데 큰 기여를 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금융위기를 겪은 많은 국가들이 여전히 경제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 상업용 부동산시장의 침체와 그로 인한 제2의 금융위기 발생 가능성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다. 그 가능성을 우선 면밀히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미국 MIT 부동산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최근 미국의 주택경기는 일부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다. 반면 상업용 부동산은 가격 하락세가 계속되는 등 침체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거래가격이 2009년 한 해 동안 22.5%, 2007년 중반 형성된 고점에 비해서는 무려 39.5%나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 위기설은 가격하락에 더해 공실률 증가와 임대료 하락, 수익성 악화에 따른 상업용부동산모기지 연체율 급상승 및 만기도래액 급증 등이 진원지가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이 새로운 금융위기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첫째, 미국 금융기관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규모는 약 3.5조 달러로 주거용 모기지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게다가 상업용부동산모기지의 증권화율은 25%에 그쳐 주택모기지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둘째,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채권 보유기관이 중소형 지방은행과 일부 금융기관에 한정돼 있어 부실이 발생하다고 해도 그 파급력이 크지 않다. 최근 은행 도산이 늘어났다고 하지만 도산 은행의 전체 자산규모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례 당시에 비해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고 부동산담보 은행 수도 크게 감소한 상황이다. 또한 대부분의 대형은행은 상황 악화에 대비할 수 있는 충분한 이익충당금을 보유하고 있다.
셋째,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이후 미국 감독당국의 상업용 부동산 문제에 대한 신속한 대응도 금융위기 재연가능성을 차단하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해 상업용부동산 모기지 시장의 안정을 위한 채무조정 촉진대책을 발표한데 이어 최근 예금보험 한도를 10만 달러에서 25만 달러로 상향조정해 뱅크런이 발생할 가능성을 낮춘 바 있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할 때, 해외 상업용 부동산에서 증권화 상품을 매개로 한 손실이 광범위하게 발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물론 공실률 증가, 임대료 하락 등으로 대출회수의 압력이 존재하지만 이는 경제 여건에 따라 고용회복이 이루어질 경우 해결될 문제이다. 따라서 해외 상업용 부동산 부실이 글로벌 경제위기를 초래하는 도화선이나 뇌관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세계경제의 회복 지연과 상업용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장기간 맞물릴 경우도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 당분간 미국정부 등의 정책적 대응을 예의주시하면서 시장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상황 변동이 있을 경우에는 신속히 선제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박양호 국토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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