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태블릿PC '아이패드(iPad)'가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 12일 온라인 예약 판매가 시작되자 첫날에만 12만대 남짓 팔리더니 이베이에서는 아이패드가 2100만 달러짜리 매물로 등장했다. 네티즌의 장난일테지만 아이패드 관련 제품이 쏟아지고 있는 데서는 과열 분위기마저 감지된다.
아이패드 열풍은 애플과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의 이름값에서 비롯됐다. 잡스의 애플은 이미 아이팟(iPod)과 아이폰(iPhone)으로 정보기술(IT)업계를 뒤흔들었다. 네티즌들의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좌중을 앞도하는 잡스의 프레젠테이션도 새 제품에 대한 기대치를 한껏 끌어올렸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게 마련이다. 미국 리서치업체 애큐폴(Acupoll)에 따르면 매년 요란한 선전과 함께 출시되는 신제품 가운데 성공하는 제품은 5%에 불과하다.
애플 메시지패드 |
인간의 삶을 더 편리하게 만드는 게 혁신이라는 점에서 진정한 혁신 제품이 아니었던 것이다. 애플은 결국 1998년 메시지패드의 생산을 중단했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21일(현지시간) 메시지패드처럼 시장의 기대가 실망으로 돌변해 흥행에 실패한 제품들을 소개하며 패인을 분석했다.
가장 중요한 건 역시 품질이다. 제품 출시를 앞두고 제 아무리 사탕발림을 해봐야 실제 시장에 나온 제품의 품질에 문제가 있다면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없다.
포드 에드셀 |
물론 소비자들의 관심을 극대화하기 위해 차량의 모습은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출시된 차량은 여느 포드 차와 다를 바 없었고 소비자들은 에드셀에 등을 돌렸다.
포드는 결국 출시 2년만에 18만여대를 팔고 생산을 중단했다. 이로 인한 손실은 3억5000만 달러에 달했다.
신제품을 언제 출시하느냐도 관건이다. 삼성전자를 필두로 가전 메이커들은 올해 3D TV로 시장을 달굴 기세지만 경기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한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 것인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미국 광고회사 빅터스앤드스포일스(Victors & Spoils)의 CEO인 존 윈저는 "장기적인 측면에서 선도 업체들이 반드시 시장의 승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소니의 베타맥스 광고 |
'베타맥스'를 내세운 소니가 'VHS'로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린 JVC와 치른 VCR 표준전쟁에서 패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제너럴일렉트릭(GE)과 제록스, RCA는 전문영역을 뛰어넘어 시장을 넓히려다 쓴맛을 봤다. 이 회사들은 모두 컴퓨터시장 진출을 꾀했지만 IBM의 벽을 넘지 못했다.
맥주회사 쿠어스는 1990년 물시장을 넘보고 '록키마운틴스파클링워터'를 내놨다 2년만에 사업을 접었다.
포브스는 유명세만 믿고 대기업 브랜드를 등에 업는 것도 좋은 전략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피에르가르댕 프라이팬'과 '잭다니엘 머스터드' 등이 대표적이다.
이밖에 포브스는 대대적인 선전에도 불구하고 실패한 제품으로 코카콜라가 1985년 새로운 제조법을 도입해 출시한 '뉴코크'와 1993년 슈퍼볼 광고로 관심을 끌었던 '크리스탈펩시', 1992년 소니가 선보인 '미니디스크' 등을 꼽았다.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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