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룹 중심잡고 미래 경영 이끈다
24일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이 삼성전자 회장으로 복귀했다. 지난해 사면 이후 약 4개월, 퇴진한지 23개월 만이다.
이 회장이 이처럼 빠르게 경영일선에 복귀한 것은 최근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해 해외 주요기업들이 휘청거리는 모습에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특히 ‘품질경영’으로 널리 알려진 도요타 역시 품질 문제로 대량 리콜과 비판 여론에 휩싸인 것도 이 회장의 결단을 앞당겼다.
◆ 위기 절감...삼성 구조 변혁 필요
삼성 커뮤니케이션팀 이인용 부사장은 “현재 잘하고 있다지만 불안감과 위기는 결코 작지 않다”며 “이 회장이 투자·사업조정 등 의사결정의 스피드를 높여야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 역시 삼성그룹 공식 트위터를 통해 “지금이 진짜 위기다. 글로벌 일류기업들이 무너지고 있다. 삼성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앞으로 10년 안에 삼성을 대표하는 제품들이 사라질 것”이라고 복귀소감을 밝혔다.
지난해 삼성전자 지펠 냉장고 폭발사고 역시 그간 ‘품질경영’을 강조해온 이 회장이 직접 회사를 챙겨야겠다는 의지를 다지게 한 것으로 보인다. 폭발 사고 이후 이 회장은 ‘대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창립 40주년을 앞두고 냉장고 21만대를 리콜한 것도 이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
이 회장은 1995년 삼성 휴대폰의 불량률이 높다는 이유로 150억원 상당의 제품을 불태우는 화형식을 진행, 직원들의 각성을 촉구할 정도로 품질을 중요하게 여겨왔다.
◆ 세계 경제 지각 변동...리더 도약 준비
최근 세계 경제 구도가 재편되고 있는 것도 이 회장의 복귀와 관련이 있다. 지각 변동 속에서 삼성이 글로벌 리더로 장기독주하기 위해서는 이 회장의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삼성 그룹 내부에서도 이같은 의견은 꾸준히 제기됐다. 지난해 삼성전자 대표이사 최지성 사장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오너체제’ 복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권오현 사장도 “10년 뒤에는 경영체제 변화로 인해 투자와 경영 등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현재 성과도 이 전 회장이 장기적 안목으로 사전에 내다본 투자가 결실을 맺은 것”이라고 역설했다.
최근 삼성전자는 신수종 사업과 관련해 본격적인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계열사들의 역할 분담과 투자 등에서 다소 혼선을 빚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 전 회장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이유다.
◆그룹 구심점 역할 맡아
때문에 삼성이 10년 후를 대비하고 100년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이 회장의 역할이 절실하다.
최근 해외에서 ‘오너경영’이 주목받고 있는 것도 책임있는 오너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빠른 결정과 과감한 선택 때문이다.
실제로 이 회장은 반도체 사업을 비롯한 삼성의 주력제품이 월드베스트로 성장하기 위한 중요한 기로에서 있을때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1993년 삼성전자는 반도체 웨이퍼 크기를 세계 표준인 6인치에서 8인치로 넓혔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1위로 올라섰다.
국내 최초 텐밀리언셀러(1000만대 판매)에 등극한 T100 휴대폰은 이 회장이 직접 기능은 물론 크기, 버튼 위치까지 관여했다. 때문에 T100은 애칭인 ‘이건희폰’으로 잘 알려졌다.
‘숨겨진 1인치를 찾았다’는 광고로 유명한 ‘명품플러스원’ TV도 이 회장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삼성 TV는 이 제품을 시작으로 비약적으로 성장해 2006년부터 세계시장 1위를 달리고 있다.
삼성전자 고위 임원은 “이 회장은 오너의 역할을 넘어 제품 아이디어와 투자 등 경영의 중요한 길목에서 방향을 제시했다”며 “지난 2년간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서 삼성이 비교적 선방한 것도 이 회장의 미래를 내다본 준비의 힘이 컸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 회장 복귀는 한동안 불안했던 삼성의 미래경영에 청신호가 켜진 것"이라고 반겼다.
아주경제 이하늘 기자 eh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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