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일각에서는 이 제도가 당초 방안대로 시행된다면 노조전임자 수 증가로 인한 인건비 과중 등 기업 원가경쟁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노조전임자의 근로시간 면제한도 및 인원수 등 타임오프제의 명확한 기준이 정해지지 않아 이를 둘러싸고 노사간 충돌이 잦아지지 않을까하는 우려에서다.
29일 경영단체 및 업계에 따르면 '건전한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노조 유지 및 관리업무'라는 타임오프제의 범위규정이 모호해 그 대상과 한도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노조가 강경하고 노조 전임자 수가 많은 자동차ㆍ조선업종의 경우 경영층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현대ㆍ기아차그룹 고위 관계자는 "이번 타임오프제 시행은 사실상 전임자가 인정되는 기존의 것과 다를 게 하나도 없다"며 "업무의 성격, 시간, 인원이 구체적으로 규정돼 있지 않아 편법 운용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현대차 노조는 1987년부터 2008년까지 매년 총파업을 실시, 회사의 누적손실이 11조4654억원에 달한다. 노조전임자 수는 360여명으로 이들의 한해 임금이 2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주 급감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조선사들의 상황도 이와 마찬가지다. 타임오프제 기준 때문에 노사가 충돌할 경우 '세계 1위 조선입국' 자리를 중국에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감지될 정도다.
현재 현대중공업 전임자 수는 55명이며 조합원은 1만8000여명에 달한다. 대우조선해양 전임자는 24명, 조합원은 7400명이다. 최근 구조조정으로 홍역을 치른 한진중공업 전임자 수는 9명이고 조합원은 1400명이다.
중소기업들 역시 크게 반발하고 있다. 타임오프제 시행으로 오히려 노조전임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에서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중소기업들은 특히 300명 이하 중소기업에 전임자 2명을 보장할 수도 있다는 전망 때문에 염려하고 있다"며 "(타임오프제 도입으로) 대기업에 비해 노동력 손실과 인건비 부담이 과중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101~299명 이하 사업장의 평균 노조전임자는 1.3명, 100명 이하는 1.1명이다. 전임자 2명을 보장하면 오히려 전임자가 0.7~0.9명 늘어나는 효과가 발생한다.
철강 및 전자업계는 일단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노사관계가 다른 업종에 비해 합리적이고 노조전임자 수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아직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아 논의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정부안이 나오면 그에 맞는 대응을 준비할 것"이라며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개별 사업장에 대한 실태조사를 철저하게 실행, 명확한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인재 인천대 교수는 "기업들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타임오프제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며 "실제 이행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도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원칙'의 대안으로 제시된 타임오프제는 지난해 말 노사정 합의에 의해 도입된 제도다.
이 제도는 노조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가 고충처리와 산업안전보건, 단체교섭 준비와 체결 등에 참여하면 그 시간을 유급으로 인정한다. 구체적인 업무와 타임오프 한도는 4월 말까지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가 결정한다.
아주경제 김병용ㆍ김형욱ㆍ이정화 기자 ironman17@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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