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조기 출구전략(기준금리 인상) 기대심리 단속에 나섰다.
주요 20개국(G20) 5개 조정국 정상들의 공동서한문 발송을 계기로 글로벌 국제공조체제가 다시 복원될 조짐을 보이면서 출구전략 조기시행이 가져올 폐해가 우려돼서다.
지난달 31일 기획재정부와 G20 준비위원회, 통계청 등에 따르면 정부는 당분간 현재의 확장적 거시정책기조를 지속하겠다고 못을 박았다. 당장의 출구전략은 없다는 것이다.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조기 출구전략 시행은 고소득층보다는 상대적으로 취약계층에게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 있다면서 '시기상조론'에 힘을 실어줬다.
◇ G20 조정국 출구전략 공조에 '한목소리'
기준금리는 13개월째 2.0%에 묶여 있다. 역대 최장 기간 동결 기록이다. "때가 되면 금리를 올리지 않겠느냐"는 김중수 신임 한국은행 총재의 말 한마디가 채권시장을 요동치게 할 만큼 요즈음 시장의 관심이 온통 금리인상 여부에 쏠려 있다.
그러나 정부와 경제전문가들은 경기회복의 여건이 아직 여물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그동안의 성장이 재정투입에 따른 과실일 뿐 민간부문의 자생력이 회복되지 않았다는 것. 지난해 두바이 사태에 이어 최근의 남부유럽발 재정위기 악화는 대외여건이 여전히 불확실함을 보여줬다.
그러나 일부 G20 회원국들의 잇따른 출구전략 시행으로 공조 와해 위기감이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G20 조정국 정상들은 지난달 30일 회원국들에 보낸 공동서한에서 국제공조체제 부활을 한 목소리로 외쳤다.
재정부 관계자는 "이번 공동서한은 금융위기 이후 G20 정상들이 약속한 확고한 국제공조체제를 다시금 재확인하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 올 경상수지ㆍ고용목표 달성 불투명
출구전략 시기상조론이 떠오르는 것은 아직까지 경제회복의 기운이 위기 이전으로 돌아오지 못한 데 기인한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2월 중 국제수지 동향'을 살펴보면 2월 경상수지는 1억6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1월에는 6억3000만달러 적자였다. 한달 만에 흑자로 돌아서긴 했지만 1~2월 누적액으로는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가 당초 전망치인 150억달러에 못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용시장도 얼어붙어 있다. 지난 1월 실업률은 5.0%로 18개월 만에 최고점을 찍었다. 정부 예상과는 달리 지난 2월도 4.4%로 고만고만했다. 글로벌 경제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던 지난해에도 실업률은 3~4%대를 유지했었다. 정부는 상황이 이런데도 오히려 올해 고용목표를 지난해 경제운용방향에서 제시한 20만명보다 5만명 이상 늘려 잡는 자충수를 뒀다.
그나마 2월의 제조업 취업자 수가 5년 만에 2개월 연속 증가한 것은 불행 중 다행이었지만 지속 여부는 불투명하다. 고용사정이 획기적으로 나아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 2월 경기선행지수 2달연속 꺾여..'더블 딥' 가능성
다만 종래 추이를 볼 때 선행지수가 다소간 주춤하는 모양새를 띠다 반등할 때도 있었다는 점에서 '더블 딥(경기회복 후 재침체)' 여부를 예단하기는 이르다.
연말 연초 재정투입 중단으로 일시적으로 엇갈려온 거시지표를 정상화하려면 확장적 거시정책 외에는 뚜렷한 처방이 없다는 데 정부의 고민이 있다.
더불어 금리인상의 여파가 저소득층에게 더 큰 충격을 주기 때문에 이를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성장률이 뚝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이자율을 올리면 저소득층의 타격이 부유층에 비해 훨씬 더 클 것"이라며 "통화당국은 이런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거시적 차원에서 민간투자가 살아나지 않았고 미시적 차원에서 가장 중요한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하다"며 "출구전략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했다.
윤여삼 대우증권 선임연구원은 "경기부양 필요성과 금융시장의 안정도를 따져봤을 때 유동성 환경이 아직은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연내에는 금리인상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G20 정상회담이 11월에 예정돼 있으니 그 전까지는 한은이 섣불리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주경제 김선환ㆍ권영은 기자 youngeu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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