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는 없고 의혹과 설만 무성하게 돌고 있다. 해군 초계함 천안함 침몰참사가 발생한 지 1주일째로 접어든 1일에도 정부와 군은 구조ㆍ수색작업을 펼쳤지만 '생존자 58명, 실종자 46명'이라는 사실관계는 변하지 않고 있다.
특히 군은 이번 참사로 엄청난 인명피해를 낸 데다 온갖 억측이 난무하면서 온 나라가 공황상태에 이르렀음에도 불구, 사고 당시의 통신기록 공개를 꺼리고 있다. 또 사고 직후 열상감시장치(TOD)로 침몰하는 천안함을 40여분간 촬영하고도 1분20초만 분만 공개해 여론의 역풍을 맞기도 했다.
이 때문에 국민의 불신감은 증폭되고 있다. 이에 따라 조속한 사고원인 규명과 구조작업에 주력하기 위해 정부가 즉각적으로 사고 관련자료를 공개하고 모든 수단을 총동원한 대대적 구조ㆍ수색작업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주문이 빗발치고 있다.
우선 사고원인부터 실타래가 꼬였다. 군은 당초 '파공(구멍)에 따른 침몰'이라고 했다가 '절단'에 의한 사고라고 말을 바꿨다. 내부 폭발인지, 외부 공격에 의한 사고인지조차 파악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에 내부 폭파설, 북한 어뢰에 의한 공격설, 북측 또는 미국측 기뢰에 의한 침몰설 등 다양한 원인설이 제기돼 혼란스런 형국이다. 심지어 선체가 칼로 도려낸 듯 잘렸다는 목격담에 따라 금속피로파괴설까지 나오고 있다.
최초 사고 발생 시각도 밤 9시30분에서 9시21분으로 말을 바꿨고, TOD 촬영본은 9시23분에 시작된 것으로 밝혀져 국민적 불신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참다 못한 실종자 가족들은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을 열고 △마지막 1인까지 최선을 다해 구조해줄 것 △해군 및 해경의 초동대처ㆍ구조작업 자료를 공개할 것 △의혹 해소를 위한 질의응답 시간을 마련해줄 것 등을 촉구했다.
군사평론가 김종대씨는 이와 관련, "1ㆍ2차 연평해전 때는 지금보다 더 많은 정보공개가 이루어졌다"면서 "심지어 2차 연평해전 때 대북 통신감청 정보를 총괄한 한철용 예비역 소장은 자신의 책을 통해 교신내용과 감청내용까지 공개했다"며 교신내용 등을 공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군이나 정부 당국은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이 때문에 사고 위기대응과 인명 구조체계를 제대로 작동치 못한 군이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혹이 전방위로 제기되고 있다.
실제 천안함 내부도 정전에 대비해 비상발전기가 가동돼 구조선단과 통신이 가능했어야 했지만 '전기ㆍ통신' 모두 먹통이었다.
지난달 26일 사건 발생 30여분 후인 밤 9시58분 구조를 위해 해군이 고속정을 몰고 사고지점으로 갔지만 고속정을 천안함에 댈 시스템이 미비해 구조작업을 해경과 어민에게 넘기고 말았다.
천안함 침몰 위치 찾기도 지지부진했다. 지난달 27일 함수 일부가 물 위로 노출돼 부표를 설치했지만 함수가 침몰하는 과정에서 끊어져 버렸다. 부표 설치 후 대응을 적절히 못한 결과 그만큼 구조작업은 지연됐고 음파탐지기를 탑재한 웅진함은 지난달 28일 밤에나 사고현장에 도착해 선제적인 실종자 구조작업에 실패했다.
정부는 국내 유일의 잠수정 구조함인 '청해진함'도 사고현장에 본격 투입키로 했지만 오는 6일까지 수리 중이어서 다음 주말에나 투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여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천안함에 관련한 의혹이 커짐에 따라 아직까지는 미미했던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도 커질 수 있는 만큼 군 당국의 조속한 정보공개와 구명작업에 속도를 내야 할 시점이다.
아주경제 송정훈, 박재홍 기자 songhdd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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