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정화 기자) 현대家에는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유지를 받들어 그가 못 다한 사업을 실현해가는 두 사람이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국가와 민족을 위한 사업이라는 사명아래 정 회장은 ‘일관제철소 건설’을, 현 회장은 ‘대북 사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정 회장의 숙원을 먼저 푼 이는 정몽구 회장이다. 정 회장은 지난 8일 현대제철 당진 일관제철소를 준공해 왕회장이 미처 이루지 못 한 꿈을 드디어 완성했다. 그래서일까. 평소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정 회장도 이 날만은 얼굴 가득 웃음꽃이 폈었다.
일관제철소 준공은 이명박 대통령의 발도 움직였다. 이 대통령은 천안함 사태로 2주간 외부 공식 행사에 일절 참석하지 않던 상황이었다. 그는 이날 "많은 해군 장병들이 실종되는 엄중한 상황 속에서도, 나는 산업의 불꽃은 꺼질 수 없다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왔다"고 참석 의미를 설명하기도 했다.
반면 ‘대북 사업’에 대해서는 바위처럼 꿈적도 하지 않는다.
현정은 회장은 시아버지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과 남편인 고 정몽헌 회장의 유지를 받들어 ‘대북 사업’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이번 정부가 들어선 후 현 회장이 진행하고 있는 현대아산의 대북사업은 끝을 알 수 없는 악화일로를 달리고 있다.
결국 북한이 우리 정부와 현대아산을 비롯한 단체들이 보유한 북한 내 부동산을 동결·몰수하는 사태에 직면했다. 북측은 예정돼있던 날보다 하루 앞선 지난 28일 현대아산의 나머지 부동산도 동결했다.
현 회장은 이러한 사태에 대해 지금까지 어떠한 공식적인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고심하고 있지 않을까. 이럴 때 시아버지 왕회장이셨다면 어떻게 하셨을까하고.
현 회장은 정 회장이 일관제철소 준공을 알리는 버튼을 누르며 떠올렸을 사람과 같은 이를 떠올릴 테지만 이유는 사뭇 다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을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왕 회장의 심경은 어떨까. 아들인 정 회장이 이뤄낸 일관제철소 준공에는 박수를 보내고 현 회장은 꾸짖을까.
그럴 수는 없을 것 같다. 오히려 이 힘든 시간을 견뎌내고 있는 며느리의 어깨를 토닥여 줄 것 같다. 힘내라고.
왕 회장은 그들이 하는 ‘사업’이 정치적 논리에 의해 언제든지 가로막힐 수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살아있다면 한 마디 건넬 것 같다. “이제 그만 남북 대화에 나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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