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P}CEO 플러스+ 리더십과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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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5-02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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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위기극복 메신저 이건희, 땀방울 결실 일굴까</b>


(아주경제 김지성 기자) “지금이 진짜 위기다. 글로벌 일류기업이 무너진다. 삼성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앞으로 10년 안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앞만 보고 가자”.
지난 3월 24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년여 만에 경영에 복귀하면서 던진 일성이다. 경영계에서는 위기론을 화두로 들고 왔다고 평가한다. 이 회장의 ‘위기론’은 이미 지난 1993년 신경영선언의 배경이었다. 

   
반도체 진출 30년 기념식을 찾은 이건희 회장
지난 2004년 삼성 기흥사업장에서 진행된 반도체사업 진출 30년 기념식에서 이건희 회장이 서명을 하고 있다.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카리스마 있는 리더십이 요구된다. 삼성이 위기라면 이를 극복하기 위해, 즉 ‘다시 시작하기’위해 이 회장이 필요해진다.
<스물일곱 이건희처럼>의 저자 이지성씨는 “이건희는 국내시장이라는 안락한 우리 안에서 쳇바퀴나 굴리는 데 만족하고 있던, 피둥피둥 살찐 다람쥐에 불과했던 삼성을 불과 10여 년 만에 사자로 변화시킨 인물”이라고 분석했다. 신경영선언 이후 글로벌 1위의 전자회사로 거듭난 삼성의 변화에 이 회장의 리더십이 스며들어 있다는 의미다.
이 회장 리더십의 한 부분을 ‘스포츠맨십’에서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 회장이 스피드광이자 프로급의 승마실력을 갖췄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또 레슬링이 이 회장의 유년시절에 준 영향은 예상보다 크다.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은 서울사대부고 시절 2년여 동안 레슬링 선수였고, 1959년 전국대회에서 월터급에 출전해 입상까지 했었다.
“유소년 시절 이건희 회장은 평범했다”고 주장하는 이지성 작가는 이 회장이 전국대회에서 입상한 것에 대해 “이건희가 보여준 최초의 공식적인 특별함”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레슬링을 그만두고 10여년 후에 경영일선에 뛰어든 이 회장이 1982년 대한레슬링협회장을 맡아 1997년까지 15년 동안 4번의 연임을 한 배경에, 고교시절 레슬링 선수활동에 대한 미련이 배어 있다는 것이 주위의 평가다.
이건희 회장 관련 서적을 다수 출간한 홍하상 작가는 그의 책 <이건희>에서 “말수가 적고 과묵한 편인 이건희 전 회장은 즐기는 운동도 승마, 스포츠카 운전 등 거의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고 혼자서도 즐길 수 있는 것”이라며 “서울사대부고 재학시절 레슬링을 했던 그는 그 추억을 잊지 못해서인지 레슬링협회 회장을 지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스포츠전문가들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고등학교 시절 우수한 레슬링 선수들은 뚜렷한 목표 지향점을 갖고 몰입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레슬링은 금지 기술이나 경기규칙을 지키면서 1대 1로 맞부딪쳐 승부를 겨루기 때문에 제한된 시간에 전력을 다하게 되는 스포츠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 회장의 경영인생에서 가장 큰 승부수 중 하나였던 1974년 한국반도체의 인수를 결정한 배경 중 하나에 ‘전력을 다했던’ 레슬링 선수시절의 경험이 포함됐을 것이란 관측도 여기서 나왔다.
한국반도체 인수는 고 이병철 회장과 삼성임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건희 회장의 사재를 털어서 진행됐다. ‘반도체 신화 삼성’을 만들 수 있었던 이건희 회장의 뚝심 속에는 스포츠를 통해 체득한 ‘전력을 다하면 된다’는 의지가 숨어있었다고 보는 것이다.
이 회장은 스포츠의 페어플레이 정신을 늘 강조한다. 그는 자신의 에세이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에서 “승리보다 룰을 존중하는, 즉 도덕성을 바탕으로 하는 곳이 스포츠 사회”라며 “스포츠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또 하나의 교훈은 어떤 승리에도 결코 우연이 없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그는 또 “천재적인 재능을 타고난 선수라도 노력 없이 승리할 수 없으며 모든 승리는 오랜 세월 선수, 코치, 감독이 삼위일체가 돼 묵묵히 흘린 땀방울의 결실”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의 복귀 후 삼성전자 임직원의 사내통신망인 ‘마이싱글’에는 “삼성인의 가슴을 다시 한 번 고동치게 해 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삼성인의 기대를 접한 이 회장은 스포츠인으로서 매트위에서 뒹굴었던 지난 유년시절의 땀방울을 떠올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lazyhand@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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