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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가정과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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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5-18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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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재희 The HOW영성경영연구소 대표이사

요즘 TV 드라마를 보면 외국인과 사랑에 빠지는 젊은 사람들의 모습이 자주 나온다.

옛날에는 국제결혼을 하겠다는 자식 때문에 부모가 머리를 싸매고 눕는 모습이 자주 나왔지만, 이제 우리 주변에서도 외국인과 결혼해 다문화 가정을 이룬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2020년에는 우리나라 인구의 5%에 해당하는 외국인이 국내에 상주할 것이라는 예상 통계치도 나와 있다. 다문화 가정은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형성됐다. 2000년대 초반부터 예상치 못한 사회적 문제가 수면으로 떠올랐지만 우리 사회는 이를 애써 외면해 왔다.

보통 다문화 가정의 남편들은 일방적으로 외국인 아내가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 문화에 빨리 적응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이들은 적어도 20년 이상을 전혀 다른 조건과 환경에서 살아왔다. 한국인과 한국문화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다시피 한 상태에서 단지 결혼을 통해 한국과 접하게 됐다. 그런데도 남편들은 근본적인 상황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요구만 하니 부부간의 갈등이 생기지 않는다면 그것이 더 이상한 현상일 것이다.

다문화 가정 자녀들은 어릴 때부터 이중(二重) 문화의 장벽 때문에 혼란을 겪고,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때는 외모로 놀림을 받거나 따돌림을 당하기 일쑤다. 언어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 친구를 사귀거나 학교 교육을 받는 데도 어려움이 많다. 또한 같은 민족으로 인정하기를 거부하는 편견으로 인해 친척이나 가족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해 대부분이 경제적 빈곤에 직면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부터 정부와 지자체가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여러 정책과 프로그램들을 시행하고 있으나 우리와 다른 피부색을 가진 사람들을 멸시하거나 냉대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편협함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우리나라 다문화 가정 문제는 앞으로 더 큰 사회 문제가 될 것이다.

과거의 우리를 돌아보자. 일제 치하에서 정신대로 끌려간 여성들이 얼마나 큰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당했는지 생각해 보라. 한국 전쟁을 계기로 우리나라에 주둔한 미군 병사와 결혼해 미국으로 건너간 여성들도 그 나라에서 온갖 수모와 멸시를 당했는가. 부모들은 이런 딸자식을 가슴아파하기보다는 외국인과 결혼했다는 그 사실이 부끄러워 내 자식 취급조차 하지 않았다.
정부가 1966년 외화벌이를 위해 서독과 특별 고용 계약을 맺고 파견한 우리나라 3000명의 간호사들은 먼 타국에서 덩치 큰 환자들의 대소변을 받아내고 씻기는 등 험한 생활을 했던 아픈 기억들을 가지고 있다.

아픈 기억에 얽매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절대로 잊어서도 안 된다. 내가 싫고 나에게 아픈 일은 다른 사람들도 싫고 아프다. 우리나라보다 가난한 나라에서 왔다고 그들이 우리 국익면에서 보잘 것 없다는 어리석은 편견은 버려야 한다. 그들은 외국어를 잘하는 인재요, 우리가 다양한 문화를 접하고 배울 수 있는 귀하고 큰 인연이다. 길가에 핀 잡초도 의미가 있는 생명인데, 하물며 머나먼 타국에서 태어나 사람으로 서로 만나게 된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큰 인연인가를 생각해 보자.

그들을 돕거나 배려하기 이전에 그들의 실체적 존재나 상황을 먼저 인정해야 한다.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인정한 이후여야 그들을 어떻게 도우며, 무엇을 배려할 것인가가 확실하게 나타날 것이다.
힘있는 사람에게는 비굴하게 굽실거리고, 힘없는 사람들에게는 교만한 얄팍한 한국인의 나쁜 기질을 버리자. 그리고 글로벌 시대에 맞는 글로벌 한국인으로 다시 태어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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