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100 - 분양광고

[기자수첩] 선거전에 부는 바람, 국민이 원하는 바람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0-05-23 19:36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아주경제 박재홍 기자) 
대통령선거를 2주 앞둔 지난 1987년 가을, KAL기 폭파사건이 일어났다. 북한 공작원 김현희가 범인으로 지목됐고, 군 출신이었던 노태우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됐다. 안보불안이 가져온 선거 결과라고 평가됐다. 이른바 '북풍(北風)'의 시작이었다. 이후 북풍은 선거철만 되면 어김없이 나타나 선거 판세를 뒤흔들었다.

2002년 모두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던 이회창 후보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노무현 후보에게 무릎을 꿇었다. 이번에는 '노풍(盧風)'이었다. 이후 대통령 탄핵사건을 거치고 서거정국을 거치면서 노풍은 선거전의 또 다른 바람으로 자리매김했다.

올 6ㆍ2 지방선거를 앞두고 두 바람이 정면으로 맞붙었다. 그러나 바람은 바람일 뿐이다.

선거 때마다 유권자들을 흔들었던 북풍은 선거만 지나면 언제 불었느냐는 듯 잠잠해졌고, 노풍 역시 정치권에서 부채질할 때보다 국민들이 스스로 만들어냈을 때 그 힘을 발휘했다.

선거에 진정 필요한 것은 어느 정당, 어느 후보가 진정으로 지역과 나라의 살림을 잘 꾸려나갈 수 있는지 검증하는 과정이다. 그 과정은 후보자들이 자신이 만든 정책의 우수성을 직접 알리고 유권자들을 설득하는 데에서 이루어진다. 그것이 후보자들이 입을 모아 외치는 정책선거다.

정부는 20일 천안함 침몰사건이 북한 어뢰의 공격으로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공식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날인 동시에 고 노무현 대통령 서거 1주기를 3일 앞둔 시점이었다. 그리고 3일 뒤 민주당을 비롯해 친노를 자처하는 후보들은 고 노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행사에 참석했다.

여야 모두 자신이 하는 일은 선거를 위한 정치적 이용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상대가 하는 일은 이른바 '풍(風)'을 만들어내 선거에서 이기려는 정치적 전략이라고 비판한다.

누구 말이 옳든지 분명한 건 그 바람을 만들어내는 진원지가 유권자들이 아닌 정치권 당사자들이라는 점이다.

유권자들이 바라는 바람은 북풍, 노풍 같은 인위적인 바람이 아니다. 선거에 나온 후보가 모두 쟁쟁해 누굴 뽑아야 할지 고민하게 만드는 즐거운 신바람, 그것이 국민들이 선거 때 바라는 바람일 것이다.

maeno@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