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송정훈 기자) 2년 전 쇠고기 파동을 두고 여야간, 언론사간, 시민단체간 평가가 엇갈리면서 사회는 다시 ‘보수 대 진보’ 갈등이 거세게 불붙고 있다. 현정권의 중간 평가 성격인 6.2 지방선거가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쇠고기 촛불시위’는 새로운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李대통령 발언 기폭제...정치권 갈등
발단은 이명박 대통령의 입에서 비롯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국무회의에서 “촛불시위 2년이 지났다. 많은 억측들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음에도 당시 참여했던 지식인과 의학계 인사 어느 누구도 반성하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반성이 없으면 사회 발전도 없다”며 “한 일간지가 2주년을 맞아 집중기획 형식으로 이를 재평가한 것은 바람직하다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는 조선일보가 ‘촛불시위는 이념집단이 만들어낸 쇠고기 동란이었다’는 취지의 기획보도를 하고 있는 것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또 “촛불시위는 법적 책임보다 사회적 책임의 문제”라며 “이 같은 파동은 우리 역사에 기록으로 남겨져야 한다는 점에서 총리실과 농림수산식품부, 외교통상부, 지식경제부 등 관련 부처가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보고서를 만들어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의 이런 태도는 2년 전 촛불시위로 위기를 맞았을 때 “모두 저의 탓”(5월22일 대국민담화), “뼈저린 반성을 하고 있다”(6월19일 특별기자회견) 등 두 차례나 국민들 앞에 사과했던 것과는 정반대다.
당장 민주당은 반격에 나섰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12일 “2년 전 ‘청와대 뒷산에 올라 뼈저린 반성을 했다’던 대통령이 촛불시민들에게 적반하장격으로 반성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는 촛불시민에 대한 협박이자 대국민 선전포고”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청와대가 한발 물러섰다. 청와대 김은혜 대변인은 이날 “이 대통령은 촛불시위에 참여했던 지식인과 의학계 인사들을 지적한 것이지, 일반 국민들에게 반성을 요구한 게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이 자칫 5·23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와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권과 시민사회를 결집시키는 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여야, ‘보-혁 대결’로 선거쟁점화 시도
청와대에 긴급진화에도 촛불시위 평가문제를 놓고 사회는 ‘보-혁 갈등’ 양상으로 빠르게 급변하고 있다.
다음 아고라 등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선 이 같은 대통령의 촛불반성 발언을 두고 거센 비판의 글들이 잇따르고 있다. 또 지난 2008년 촛불집회를 주도했던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역설적’ 반성시위까지 등장하는 등 촛불이 재점화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최근 서울 청계광장에서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과 고등학생인 장주성군이 ‘국민을 우습게 아는 대통령과 함께 사는데 깊은 책임을 느낍니다. 6월 2일 투표로 심판하겠습니다’ ‘반성할 것은 국민이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 라는 내용이 적힌 피켓과 촛불을 들고 1인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반작용도 만만찮다. 2년전 쇠고기 이슈의 통로역할을 했던 인터넷 카페 ‘한류열풍사랑’의 한 운영자는 “광우병 사태 이후 일부러 ‘물빼기’ 작업을 하기도 했다”며 “운영진도 일부 바뀌고 홈페이지도 개편해 한류문화를 확산시키고 홍보하자는 본래 취지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은 이번 논란을 지방선거에 적극 활용할 태세여서 사회적 갈등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보-혁 대결’을 증폭시켜 지지층을 결집하고 4대강, 무상급식 등 여권에 불리한 쟁점을 야권의 선동으로 몰아 ‘정권 심판론’을 희석시킨다는 전략이다.
친이(친이명박)계 핵심 의원은 23일 “우리당의 기본 전술은 ‘보-혁 갈등’을 통해 보수층을 결집시켜 야당의 중간평가론을 최대한 약화시키는데 있다”고 말했다.
반면 ‘천안함 정국’에서 고전하는 민주당은 이번 논란을 ‘과오를 반성치 않는 오만한 이명박 정권’에 대한 심판론으로 연결시킨다는 구상이다.
전병헌 전략기획위원장은 “대통령 발언은 폭발 직전의 민심에 불을 당긴 매우 중요한 사건”이라며 “지속적인 쟁점화를 통해 심판론을 확산시켜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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