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남유럽발 위기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국내 금융 시장을 강타했지만 유독 채권시장만은 강세를 보이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5일 서울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5%포인트 떨어진 연 3.59%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4월 29일의 3.58% 이후 한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대북 리스크가 불거진 지난 20일에는 전날보다 0.02%포인트 떨어진 3.74%를 기록했고, 환율이 급등하고 주식시장이 휘청인 24일에는 3.64%로 0.10%포인트 급락했다.
25일 국고채 5년물도 4.31%로 전날보다 0.04%포인트 하락했고, 회사채(3년, AA-) 금리도 0.03%포인트 떨어진 4.40%를 기록하며 강세를 이었다.
이처럼 채권시장이 외환·주식 시장과 비대칭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주식에서 탈출한 외국인 자금이 한국 채권을 도피처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외국인들은 국내 증시에서 지난 20일부터 25일까지 3거래일 동안 총 1조778억원 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 사이 외국인들이 사들인 국내 채권 규모는 지난 20일 2524억원(장외채권 기준), 24일 1조5375억원, 25일 6179억원 등 총 2조4078억원에 달한다.
5월 한달 동안 외국인이 순매도한 주식은 4조원, 순매수한 채권은 1조5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외국인이 주식을 팔아 절반 가까이를 채권 시장에 재투자하고 있다"며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져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강해졌지만 기본적으로 한국 시장을 신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5일 이주열 한국은행 부총재는 통화금융대책반 회의를 마친 뒤 "환율이 급등하고 주가가 급락했지만, 채권시장은 안정세를 유지했다"며 "우리 경제의 양호한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투자자의 믿음이 이어지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최근 확대된 차익거래 기회도 채권 투자 메리트를 부각시키고 있다.
외국인이 달러를 원화로 바꿀 때 지불하는 통화스왑(CRS) 1년물 금리도 전날 0.35%포인트 급락한 0.65%를 기록하며 지난해 7월 27일의 0.60% 이후 10개월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이에 따라 이자율스왑(IRS)과 CRS간 금리차인 스왑베이시스가 이틀 연속 확대되며 6개월 만에 최고 수준인 -2.13%를 기록했다.
스왑베이시스가 확대되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차익 기대감이 커져 투자자금이 많이 유입될 수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전례를 봤을 때 대북 리스크가 한국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비교적 단기간에 끝났다"며 "이에 따라 북핵 실험 등의 이슈가 생기면 국채선물 자금이 몰리는 등 수요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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