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진영 기자) 외국인 투자자들이 최근 국내 증시에서 정보기술( IT)종목 매도세를 확대하고 있는 반면, 우리와 같이 IT주가 증시 견인차 역할을 하는 인도 증시에선 팔더라도 소극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에따라 글로벌 경쟁력을 자랑하던 국내 IT주에 대한 매력이 이 분야 강국으로 급부상하는 인도에 견줘비 떨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남유럽 재정위기와 북한 도발 우려가 국내 증시에 겹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데다 국내에 유입된 자금이 주로 유럽계였던 탓에 상대적으로 외국인 매도세가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27일 블룸버그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지난 26일까지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54억 달러(약 6억원)를 순매도하며 국내 증시를 끌어 내렸다.
이중 최근까지 국내 상승을 견인하던 IT 관련주만 2억원 이상을 팔아치웠다. 특히 하이닉스(1조965억원), 삼성전자(4666억원) LG디스플레이(4013억원) 등 대표 IT주에 대한 순매도 규모를 늘렸다.
이달 들어 인도 증시에서 외국인은 매도세로 돌아섰지만 그 규모는 23억 달러로 한국의 절반에 불과했다.
지난 3월 증시가 상승세를 탈 무렵 외국인이 한국과 인도에 각각 46억 달러, 41억 달러를 순매수 했던 것과 비교하면 현재의 매도세는 상대적으로 과도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인도의 높은 경제성장률과 증시 주도주인 IT주에 대한 강한 실적 기대감으로 외국인들이 소극적인 매도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인도 IT주를 구성하고 있는 IT서비스업체들의 최대 수출국인 미국 기업 자본지출 확대 전망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박옥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증시 대비 인도가 견고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은 증시 비중이 높은 IT업종의 선전 때문"이라며 "인도 IT업체의 주 매출처인 미국 기업의 자본지출 확대가 전망되고 있기 때문"고 설명했다.
인도 대비 한국 IT주에 대한 상대적 매력도가 떨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애플 아이폰에 밀려 맥을 못추고 있는 국내 휴대폰 산업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실제 지난해 영국 경영분석 업체 '이코노미스트 인텔레전스 유니트(EIU)'는 한국 IT경쟁력을 전년 대비 8계단이나 떨어진 16위로 평가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국내 IT산업 전반에 대한 우려보다는 유럽에서 유입됐던 대규모 자금이 유럽발 악재로 빠져나간 영향을 더 큰 원인으로 짚었다.
원종혁 SK증권 연구원은 "대형 IT주에 대한 순매도는 그동안 강력하게 순매수한 종목에 대한 차익실현 측면이 강하다"며 "최근 들어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다시 사고, 대표 IT종목을 꾸준히 매수했다는 점은 국내 시장에서 구조적으로 이탈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인도 IT기업의 실적 기대감은 오히려 국내 IT주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박옥희 연구원은 "인도 IT기업의 실적 호전은 국내 IT 업체들의 실적과도 무관하지 않다"며 "금융 위기 완화로 수급상황이 다소 개선되면 국내 IT주의 추가적인 단기 반등 시도로 국내 증시도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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