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미술관 건립 공약 후, 당선되면···

(아주경제 이미호 기자) "선거에서 가장 큰 선심공약은 바로 미술관 건립이다."

최근 기자가 만난 한 미술계 인사는 선거 때마다 후보들이 미술관 건립을 공약으로 운운하는 행태를강하게 비난했다.

미술 대중화를 위해 미술관 건립은 당연히 반길 일이지만, 결국 시민의 문화와 복지분야를 지원한다는 명목 아래 남발한 '장밋빛 공약'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미술관 건립이 '선심성'공약으로 오인받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재원마련 계획이 구체적이지 않다는데 있다. 

후보들은 세부적인 계획을 대부분 당선 이후 계획으로 미뤄 놓는 경우가 많다. 뿐만 아니라 막상 돈이 더 들어갈 것 같으면 '보다 급한 민생경제를 위해'라며 슬쩍 발을 뺀다.

실제로 민선 4기인 오현섭 여수시장은 2006년 출마 당시 '구겐하임 미술관'을 유치해 지역경제를 살리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4000억원 이상 들어가는 비용을 마련할 수단이 없어 사업 자체를 유보했다. '구겐하임'이라는 명망에 편승해 유권자의 표심을 사보려고 했지만, 정작 설립비용 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부산시, 인천시, 전라남도 등 여러 지자체에서도 구겐하임 미술관을 유치하려고 시도했지만 무엇보다 비용이 부담스럽다는게 가장 큰 이유였다.

충분한 재정 확보와 함께, 미술관을 어떻게 운영하겠다는 명확한 비전과 목표도 반드시 갖춰야 한다.

철상산업 쇠퇴로 침체됐던 스페인의 도시 빌바오가 구겐하임 미술관을 유치할 수 있었던 이유는 미술관의 운영비와 작품구입비, 인건비 등 향후 운영방향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과 비전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구겐하임 설립 당시 든 비용은 약 5억달러(한화 6400억원)라는 비용이 들었지만 세계적인 수준의 작품만을 전시할 것을 어필했고, 미술관 주변지역에 독특한 건축물을 함께 세워 문화도시라는 정체성을 확고히 했다.

미술관 건립은 단순히 시설과 장비만 갖추면 되는 '시공 프로젝트'가 아니다. 앞으로 미술관을 유치하겠다는 후보들은 건축가의 특징부터 미술관의 색깔과 테마, 지향하는 목표 등을 함께 제시한다면 유권자의 신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일단 건물부터 세우고 다음에 무엇을 채워넣을지 고심하는 '주객전도(主客顚倒)'의 상황도 더 이상 없어야 한다.

miholee@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제3회 보훈신춘문예 기사뷰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