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정은 기자) 영국 석유회사 BP가 백악관 요구를 받아들여 200억달러의 기름 오염 보상기금을 내놓기로 했다. BP는 멕시코만 원유유출 사고의 책임 당사자로서 보상기금을 에스크로에 적립하고, 올해말까지 주주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16일(현지시각)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BP 경영진과 면담한 후 BP가 실질적인 피해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200억달러의 보상기금을 내놓는 데 동의했다고 발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억달러는 보상액의 상한선이 아니며, 이 기금조성으로 인해 개인 및 주정부가 법적 소송을 제기할 권리를 소멸시키는 것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기금과 별도로, BP는 6개월간 심해저 석유시추 프로젝트의 동결로 인해 일자리를 잃게 된 시추 기술자들을 위해 1억달러의 보상기금을 내놓기로 했다.
BP의 칼 헨릭 스반베르 회장은 토니 헤이워드 최고경영자(CEO) 등 경영진과 함께 백악관 본관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원유유출 사태와 관련해 BP 임직원들을 대표해 미국민에게 사과했다.
스반베르 회장은 또 BP 이사회가 올해 남은 기간 주주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BP 경영진과의 면담에 앞서 15일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서 TV 대국민 연설을 통해 멕시코만 원유유출 사고에 따른 방제작업과 피해보상을 위해 BP에 대해 충분한 기금을 마련하도록 요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BP는 백악관과 의회가 강도높게 압박을 가해옴에 따라 피해보상 기금 조성 요구에 그대로 응한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행정부가 BP측에 피해보상 기금을 조성해 제3자에게 맡기도록 요구한 것은, 지금까지의 피해보상 작업이 지지부진한데다 향후 BP의 자금난으로 제때 피해보상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nvcess@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