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샴푸 2만통 수출한 여대생

(아주경제 이미호 기자) 까다롭기로 소문난 일본 바이어를 상대로 스물한살 여대생이 약 12만 달러의 수출계약을 맺어 화제다.

건국대 국제무역학과 3학년 고유선(21·여)씨는 최근 일본 오사카의 유통업체 산스이통상에 샴푸 2만통을 수출하는 계약을 성사시켰다. 앞으로 1년간 일본 간사이(關西) 지방에 제품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조건이다.

고씨와 제조업체 한방명가는 이번 초도물량을 포함해 최대 60만 달러의 수출 실적을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건국대 글로벌 무역전문가 양성사업단(KU-GTEP)의 일원인 고씨는 지난해부터 경북 청도에서 한방성분이 포함된 건강제품을 생산하는 이 회사와 함께 일해왔다.

직원이 10명 안팎에 불과할 정도로 작은 이 회사에는 수출입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 하나도 없다.

그의 공식 직책은 '마케팅매니저'. 고씨는 지나해 9월 한국무역협회 소개로 만난 일본 사장에게 거래를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 기존에 생산하던 제품이 일본인들의 취향에 맞을 리가 없었다.

고씨는 일단 투박하고 평범해 보이는 제품 용기의 디자인을 바꿔 일본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췄다.

일본에서는 250~300㎖정도의 용량이 가장 잘 팔리지만, 고씨는 450㎖짜리를 밀어붙여 대용량 수요를 공략했다. 여러 차례 일본에 드나들며 대형마트와 미용재료 판매점 등에서 치밀하게 시장을 조사한 결과다.

고씨는 천연 사과향을 집어넣어 약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해 다른 업체가 생산하는 한방샴푸 제품과 차별화했다. 막판에 바이어가 까다로운 대금결제 조건을 요구하는 바람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꾸준한 설득 작업 끝에 계약을 성사시켰다.

그는 "그동안 전세계 바이어들에게 보낸 이메일이 1000통 가량 되는데 거의 1년만에 첫 수출계약이 이뤄져 뿌듯하다"며 "이번 계약을 진행하면서 많이 경험하고 배웠다.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바이어의 마음을 사로잡는 사후 마케팅 기법을 활용해 수출을 지속적으로 이어 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고씨는 현재 다른 업체들과 함께 한방차, 삼베, 운동기구 등의 수출계약 협상을 진행중이다. 최근에는 대만의 안경테 유통업체와 또 다른 계약을 눈 앞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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