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영 포커스] 브랜드 명성 관리 '핵심가치' 유지가 관건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지난 2월 구글은 예상치 못한 역풍을 맞았다. 야심차게 내놓은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버즈(Buzz)'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것이다. 구글의 이메일 계정인 지메일(Gmail)을 통해 자주 소통하는 이들을 버즈의 '팔로워(follower)'로 자동 등록한 것이 화근이었다. 시민단체들은 급기야 사생활 침해를 이유로 구글에 대해 집단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구글은 재빨리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비난여론은 더 빠르게 확산됐다.

2006년에도 구글은 고초를 겪었다. 중국시장에 진출하며 중국 정부의 검열 요구를 수용한 것이 문제가 됐다. 당시 여론은 "구글이 '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는 모토를 저버렸다"며 들썩거렸다. 일련의 사태는 구글이 10여년간 쌓아올린 명성에 적잖은 타격을 줬다.

최근 체면을 구긴 기업은 구글만이 아니다. 월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나 영국 정유사 BP도 '초심'을 잃어버린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고객과의 신뢰가 생명인 금융기업이지만 파생상품 판매 과정에서 고객을 속였고 BP의 안전 불감증은 사상 최악의 원유유출 사태를 초래해 여론의 공분을 사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23일 기업들의 명성에 금이 가면서 브랜드 이미지도 함께 손상되고 있다며 브랜드 명성 관리 비결을 귀띔했다.

◇'초심' 잃지 말아야
FT는 브랜드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초심을 지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장에 집착하다보면 브랜드를 규정짓는 핵심가치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패트릭 바와이즈 영국 런던비즈니스스쿨 마케팅학 교수는 "브랜드의 명성은 '고객경험' 위에 쌓이는 것"이라며 "애플과 프록터앤드갬블(P&G)처럼 세계적인 브랜드 명성을 쌓으려면 우선 고객과 핵심가치를 공유하고 일관되게 가치를 실현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장에 집착하다 낭패를 본 대표적인 기업으로 세계 최대 커피체인 스타벅스를 꼽을 수 있다. 스타벅스는 자사 커피숍을 '제3의 공간'이라는 의미의 '서드플레이스(Third Place)'로 차별화하며 북미에서 매우 성공적인 브랜드로 명성을 날렸다. 서드플레이스라는 콘셉트가 집과 일터를 떠나 자유롭게 커피를 즐기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욕구와 맞아 떨어진 결과다.

하지만 FT는 영국을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는 스타벅스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로히트 데시판데 미국 하버드비즈니스스쿨 마케팅학 교수는 "'자만심' 때문"이라며 "스타벅스는 매장 확장을 통한 성장에만 집중하다 핵심고객과의 끈을 놓쳐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브랜드 이미지를 망치는 주범으로 '성장압박'을 꼽았다.

◇해외에서도 '기본'부터
해외에 진출하면서 브랜드 명성을 관리하는 일은 더 어려운 과제다. 지역마다 시장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착한 기업' 이미지를 과시하던 구글이 중국에서 좌절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아시아와 같은 신흥시장 기업들이 선진시장에서 고전하는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일례로 타타그룹은 인도 최고의 브랜드로 손꼽히지만 서구에서는 인도라는 국가 이미지에 가려 평가절하되기 일쑤다. 인도는 정보기술(IT) 서비스 분야의 경쟁력은 두루 인정받고 있지만 인도에서 나오는 다른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서는 보통 '싸구려'나 '저질'이라는 편견이 강하기 때문이다.

FT는 이런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가장 간단한 방법은 '소니'처럼 특정 국가 이미지와 무관한 새로운 글로벌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피터 언스워스 타타글로벌베버리지스 최고경영자(CEO)는 "타타에 대한 이야기는 곧 인도에 대한 이야기"라며 "타타에서 인도의 정체성을 떼어내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바와이즈 교수는 "기본으로 돌아가라"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성공 브랜드의 핵심 요소는 '신념'"이라며 "소비자가 믿음을 갖는 것은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이지, 기업이 떠들어 대는 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인도 소비자들은 타타의 제품과 서비스가 약속대로 제공될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이런 신념을 저버리지 않는 것이 (국내외에서)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덧붙였다.

◇'말'보다는 '행동'
같은 의미에서 바와이즈 교수는 고객들에게 브랜드에 대한 신념을 심어주는 데 광고의 효과는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말보다 행동으로 나서야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애플은 기업홍보에 매우 강하고 신제품 출시행사도 화려하게 하지만 애플 마니아들이 실제로 주목하는 것은 제품 자체뿐이라고 설명했다. 바와이즈 교수는 "애플이 기업홍보를 통해 약속대로 시장에 제품을 내놓지 않았다면 애플이라는 브랜드는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애플과 역주행하다 낭패를 본 대표적인 기업이 최근 '주목'받고 있는 BP다. BP는 2000년 '브리티시페트롤리엄'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머릿글자인 'BP'를 새 브랜드로 삼았다. 녹색과 노란색을 강조한 햇살 모양의 새 로고는 BP가 친환경 기업임을 웅변했다. 이때 내세운 슬로건은 '석유를 넘어서(Beyond Petroleum)'였다. BP는 새 브랜드와 로고를 알리기 위해 2억달러를 광고 캠페인에 쏟아 부었다.

하지만 BP는 역설적이게도 최근 최악의 환경재앙을 일으킨 공공의 적이 됐다. 친환경 기업으로 거듭나겠따는 약속이 '말잔치'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10년만에 밝혀진 셈이다. 데시판데 교수는 "브랜드 기업들은 서비스 공급자임을 깨달아야 한다"며 "기업들은 더 이상 (화려한 수사로) 사람들의 사고를 지배하려 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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