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올해 안으로 국제판 개설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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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6-30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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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상하이 증권거래소에 외국기업 전용 증시인 국제판(國際板)이 올해 안으로 출범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는 발언이 제기돼 눈길을 끌었다.

야오강(姚剛) 중국증권감독위원회(이하 '증감회') 부주석은 지난 26일 상하이에서 열린 루자쭈이(陸家嘴) 포럼을 통해 “현재 국제판 개설에 있어서 심각한 문제에 직면해 있어서 출범시기가 언제가 될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루자쭈이 포럼은 상하이 시를 국제 금융중심으로 건설하기 위해서 상하이 시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포럼이다. 2008년 첫 개최 이후 올해로 벌써 3주년을 맞았다.

야오 부주석은 “해외 기업이 중국 내에서 위안화 표시 주식 및 채권을 발행토록 하는 것은 완전히 새로운 작업이어서 아직까지 이에 대한 법률법규는 공백 상태”라면서 “신중하게 검토한 결과 심각한 법률·제도적 문제가 존재하는 것을 발견했다”고 지적했다.

기업법·회계기준·투자자 보호 및 관리감독 등 몇몇 부분에서 중국과 국제 시장 간에 엄연한 법률·제도적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조율해야 할 지가 문제라는 것이다.

현재 증감회는 국제판 개설에 관한 법률·제도적 장치를 새롭게 마련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아직 중국 내 외국기업이 자유롭게 주식을 사고 팔 수 있는 환경이 시기적으로 무르익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올해 안으로 중국 상하이 거래소에 국제판이 개설되는 것은 사실상 불투명해 보인다.

궈톈융(郭田勇) 중앙재정대학 은행업 연구중심 주임은 “올해 안으로 상하이 거래소가 국제판을 개설할 가능성은 적다”며 △중국A주 시장의 침체 △중국법 체계 △관리감독 △주식 발행제도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그 동안 HSBC·스탠다드차터드·코카콜라·지멘스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들은 잇따라 상하이국제판에 상장 러브콜을 보내왔다.

여기에는 중국 내 급증하는 내수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위안화 절상에 따른 대규모 자금 조달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게 작용했다.

특히 상하이 상장에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왔던 HSBC의 CEO 마이클 게이건(Michael Geoghegan)은 지난 6월 초 “상하이 국제판 상장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국제판 개설 계획이 기약 없이 미루어짐에 따라 이들의 상장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글로벌 콘테이너선사인 시스팬(Seaspan)의 CEO 왕요우구이(王友貴 Garry Wang)도 루자쭈이 포럼에서 “해운업계 최초로 상하이 국제판에 상장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단, 상하이 자본시장이 대외적으로 개방되어야 한다는 조건을 덧붙였다.

왕 CEO는 “상하이에 상장을 하게 되면 위안화로 자금을 조달하게 된다”면서 “그러나 위안화는 활용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달러로 바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스팬의 상하이 국제판 상장 여부는 전적으로 중국 정부의 환율정책에 달려있다는 것이 왕 CEO의 설명이다.

데이비드 코헨(David Cohen) 싱가포르 액션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외국계 기업이 상하이에 상장하는데 가장 커다란 걸림돌이 되는 것이 바로 중국의 자본 시장 규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자본 시장을 완전히 개방하는 것을 아직까지 꺼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과거 고정환율제도를 고수하다 지난 2005년 7월 복수통화 바스켓에 연동하는 관리변동환율제로 전환했다. 하지만 금융위기가 발발하자 위안화 환율 안전성을 위해 사실상 미국 달러에 대한 고정환율제로 다시 갈아탔었다.

중국 정부는 최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을 통해 위안화 환율의 유연성을 높이기로 했지만 여전히 원칙에 따라 점진적으로 변동관리환율제를 보완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상하이거래소는 증감회와 의견 조율이 이루어지고 법적·제도적으로 준비가 되는대로 국제판을 개설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상하이 거래소의 경쟁상대인 선전거래소가 작년 10월 창업판을 개설한 것과 무관치 않다. 그 동안 거래액 면에서 상하이 증시에 뒤져왔던 선전 증시가 창업판 개설을 계기로 상하이를 앞서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난 7일, 선전 증시는 727억 3000만 위안에 달하는 거래액을 기록해 713억8000만 위안인 상하이 증시를 10년이래 처음으로 뛰어넘었다.

baeinsu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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