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지성 기자)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제) 제도의 시행과 함께 이에 따른 노조의 파업이 수면 위로 부상하면서 하반기 국내 산업계의 생산차질 우려가 현실화 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국내 대표적인 비메모리반도체 업체인 KEC가 쟁의행위로 인해 생산중단 사태를 맞았다. KEC측은 공시를 통해 쟁의행위(타임오프제 등)로 인한 정상적 경영 불가 및 회사의 재산과 시설을 보호차원에 따른 구미 공장 등 부분적 직장폐쇄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생산중단에 따른 피해는 1164억여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KEC의 최근 생산 규모인 2536억여원의 45.9%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직장폐쇄가 장기화 될 경우 피해액은 눈덩이처럼 커질 공산이 크다.
앞선 지난달 25일에는 금속노조 산하 다스 노조가 3일 동안 전면파업을 벌였다. 다스 노조는 사측과의 임단협 후 29일 오전 파업을 중단하고 업무에 복귀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다스 노사 양측이 타임오프제를 놓고 타협의 여지가 없는 만큼 향후 파업의 불씨는 여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스는 현대차에 자동차 시트 트랙 등을 공급하는 업체로 납품에 차질이 생길 경우 현대차의 생산라인 전체가 영향을 받는다.
이와 관련 현대차 관계자는 “다스 파업이 장기화됐을 경우 생산라인에 직접적인 타격이 있었을 것”이라며 “타임오프제와 관련한 파업이기 때문에 우리로서도 어떻게 손을 쓸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기아차는 이미 비상이 걸렸다. 신차 판매 호조로 비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파업복병으로 날개가 꺾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지난 1월 28.5%에서 5월에 34.5%로 급상승할 정도로 상승무드를 타는 중이다.
실제로 중형세단 K5의 경우는 주문만 2만여대가 밀려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고객들이 계약 이후 차량을 받기까지 5주일 이상 기다려야 할 정도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기아차 노조는 지난달 말 조합원 투표를 통해 파업을 결의했다. 이후 쟁의대책위원회 회의를 갖고 구체적인 파업돌입 시기와 일정을 논의 중이다.
사측에서 타임오프제만을 안건으로 한 교섭을 갖자고 노조측에 제의해 노사간 대화의 장이 열릴 것으로 보이지만, 노조전임자 수의 축소에 대해서는 양측 모두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기아차는 올 초까지 진행된 2009년 임단협에서도 총 11차례의 파업으로 4만8000여 대의 생산 차질과 1조원에 달하는 매출 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국내 산업계의 회복 속도가 빠르다고 하지만 하반기에는 기저효과가 사라지는데다 남유럽재정위기, 중국의 긴축가능성 등 대외불안요인이 있는 상존해 있다”며 노조의 반발에 따른 산업계 생산차질에 우려를 나타냈다.
한편, 정부와 재계는 타임오프제 시행과 관련해 타협의 여지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경제5단체는 지난달 30일 공동 성명을 통해 “산업현장에서 타임오프제가 빠른 시간 내에 착근할 수 있도록 법과 원칙을 준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태희 노동부장관도 지난달 29일 “일각에선 타임오프제 정착에 의구심을 갖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정부는 이 제도가 산업현장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며 “위반 때는 강력하고 엄정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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