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경진 기자) 국무총리실 소속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민간인을 대상으로 불법적인 사찰을 한 사실이 총리실 자체 조사결과 밝혀졌다.
총리실은 민간인 불법사찰을 주도한 이인규 공직윤리지원관 등 관련자들을 직위해제하는 한편 이들에 대한 검찰조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총리실은 5일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과 관련, 이 지원관 등 관련 직원 4명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조원동 사무차장은 이날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자체 조사결과에 대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이 지원관과 점검1팀장, 조사관 2명 등에 대한 조사를 벌인 결과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 및 품위유지 의무 위반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조사 과정에서 형법상 직권 남용, 업무방해 등 불법행위 의혹이 제기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해 명백히 진상을 규명할 필요성이 있어서 해당 의혹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총리실 조사 결과 공직윤리지원관실은 2008년 9월 "공공기관 종사자가 대통령을 비방한다"는 제보가 접수된 이후 조사 대상의 적격 여부에 대한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민간인을 상대로 조사가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피조사 대상 기관으로부터 직접적으로 자료를 제출받을 경우 조사대상 적격 여부에 대한 확인이 철저하게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총리실은 조사를 받았던 김모씨가 민간인으로 확인된 이후에 이뤄진 수사 당국에 대한 수사 의뢰가 공직윤리지원관실의 통상적인 업무 범위에 속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정확한 판단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총리실이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에 대해 본격적으로 조사에 착수한지 사흘만에 전격적으로 검찰 수사의뢰 결정을 내린 것은 야권의 총공세와 여권 내부에서의 진상조사 요구에 대한 선긋기라는 분석이다.
조 사무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조사가 공직윤리지원관실측 관계자만의 진술을 토대로 진행될 수밖에 없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총리실에서 자체 조사로 사건을 매듭을 지을 경우 그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야권은 물론 일부 언론을 통해 이번 사건이 이 지원관 개인이나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차원이 아니라 영일·포항 출신 공직자 모임인 '영포목우회(영포회)'와 조직적으로 관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만큼 신속한 검찰 수사로 파문 확산을 막겠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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