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경진 기자)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민간인을 불법 사찰한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가 관련 내용에 대한 기초조사를 하고도 본조사를 진행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7일 인권위에 따르면 최근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 사건과 관련해 인권위 조사국에서 언론보도 내용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했지만 조사국 차원의 본조사는 하지 않았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인권위 내부 게시판에는 "국가 기관에 민간인이 인권 침해를 당했다. 인권위가 직권조사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 "왜 조사를 하지 않고 있느냐" 등 항의성 글이 잇따라 게시됐다.
인권위 내부에서도 민간인에 대한 인권침해가 있었다고 볼만한 충분한 근거와 정황이 있는 사안이어서 직권 조사를 해야 할 사건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4장 제30조는 '진정이 없는 경우에도 인권침해나 차별행위가 있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고 그 내용이 중대하다고 인정할 때는 이를 직권으로 조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인권위는 직권조사를 포기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민간인 사찰이 1년 전에 발생한 사건인데다 검찰이 현재 수사 중인 사안이어서 국가기관 간 혼선을 가져올 수 있어 조사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인권위법은 진정사건에 준해 1년 이상 지난 사건과 수사기관이 수사를 벌일 때는 사건을 각하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 조항은 진정을 접수했을 때 해당하는 조항이고, 서울 양천경찰서 고문 의혹 사건을 조사할 때는 검찰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권활동가인 배여진씨는 "시한이 넘었다 해도 실제 있었던 일이고 인권위 관점에서 나름 할 수 있는 역할도 있을 텐데 조사를 하지 않기로 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창수 새사회연대 대표는 "중대한 사안이 있으면 인권위가 미리 탐지를 하고 예고나 경고, 성명 발표 등의 조치를 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shiwall@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