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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진의 육조거리24시] 지방 재정위기는 언론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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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7-26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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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정경진 기자) 사람들은 대개 자신의 잘못을 덮으려고 할 때 모든 일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방법을 택하곤 한다. 자신이 만든 문제가 아니므로 책임도 없다는 논리를 펴면서 위기 상황을 모면하려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 주장에 근거가 있고 해명이 정확하다면 실제로 그의 잘못을 문제 삼기는 어렵게 된다. 더욱이 문제를 유발하지도 않은 사람에게 재발방지 약속을 기대하거나 수습방안을 요구하는 것은 분명 이치에도 맞지 않는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최근 이재명 성남시장이 판교특별회계 자금 5200억원에 대한 모라토리엄(지불유예)을 선언하면서 수면 위로 떠오른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위기 문제를 대처하는 정부의 대응을 보고 있노라면 이같은 상식과 배치되는 것 같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20일 내놓은 '지방재정 건전성 강화방안'에서 재정위기가 심각한 지자체는 지방채 발행과 일정 규모 이상의 신규 투자사업 추진을 제한키로 했다.

또한 올해부터는 지방채 발행 한도액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사전경보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재정건전성을 평가해 교부세 인센티브 규모를 산정하는 등 사전·사후적인 대비책을 강구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눈에 띄는 것은 행안부가 이처럼 거창한 지방 재정위기 대책을 발표하면서도 실제로는 '현재 지방재정에 특별한 문제가 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행안부는 대책 발표 당시 배포한 설명자료에서 '경제위기 극복과정에서 일시적인 지방채 급증으로 재정건전성이 악화됐지만, 절대수준이 위기 상태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행안부 관계자는 "지방재정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위기상황은 아니고, 혹시나 해서 점검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언론에서 자꾸 문제가 있다고 보도하고 있는 것이 (대책을 만든)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대구와 부산의 경우만 보더라도 부채가 많은 대표적인 지자체이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지하철 건설과 관련된 것이며, 단순히 부채 상황만 보고 지자체의 위기를 가늠할 수는 없다는 설명까지 곁들였다.

정부의 설명을 해석하자면 언론에서 큰 문제라고 볼 수 없는 지방 재정위기에 대해 자꾸 보도를 하니까 어쩔 수 없이 대책을 마련했다는 것이 된다.

정말로 재정위기가 큰 문제가 아니라면 그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하고 국민들을 안정시키면 될 일이다. 가뜩이나 다른 공무도 많은데 쓸데 없이 아까운 시간과 인력을 동원해 당장 필요하지도 않은 대책까지 내놓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더욱 큰 문제는 지방 재정위기 문제가 정부의 판단처럼 그리 간단치 않아 보인다는 사실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방자치단체 재정난의 원인과 대책' 보고서에서 "지자체 재정난의 원인은 감세와 재정위기로 인한 세입부문의 재정여건 악화를 무릅쓰고 예산을 대폭 증액한 결과"라면서 "사회복지 등 의무지출 분야에 대한 재원보강과 과잉중복된 필수시설에 대한 세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인구고령화와 복지정책 확대로 인해 갈수록 필요재원은 늘어나는데, 부족한 자금을 조달하기에 역부족인 지방재정의 현실은 지방채 발행을 규제하는 차원의 처방으로 해소되기는 요원한 듯하다.

shiwal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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