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인터넷뉴스팀 기자)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의 최고 인권 자문역인 시민사회인권위원장이 30일(현지시각) 돌연 사임 의사를 밝혔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자유주의자'를 자처하며 그간 시민사회 발전에 우선순위를 둔다고 스스로 평가해 온 터여서 타격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대통령실 직속 시민사회인권위원회의 엘라 팜필로바 위원장은 이날 사임을 발표하면서 "오늘날 러시아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자신의 사임이 연관돼 있다고 이유를 간략히 설명했다.
그는 인테르팍스 통신에 "이번 일은 개인적 결정이고 누구의 강요도 받지 않았으며 갑자기 결정한 일도 아니다"며 "지금은 이유를 밝히지 않을 생각이고, 앞으로 정치나 공직과는 전혀 무관한 영역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랜 문제제기에도 인권 분야에서 정부의 의식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데다 친(親) 크렘린 청년단체 `나시(`우리'라는 뜻의 러시아어)'와 계속 충돌을 빚으면서 팜필로바의 피로감이 극에 달했으리라는 분석도 나온다.
인권운동가 출신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재임 당시인 지난 2002년 인권보좌관에 임명된 팜필로바는 러시아 국내 경찰조직이나 정부의 시민사회 대응 방식 등에 신랄한 비판을 가했던 인물이다.
그러나 인권단체들은 푸틴 대통령 시절 시민활동가와 정부 비판 언론인 등이 살해당하는 등 인권유린 사례가 빈발했고, 메드베데프 대통령 집권 이후에도 국내 인권상황에 거의 진전이 없다고 비판해 왔다.
급기야 팜필로바 사임 전날인 29일에는 옛 소련 시절 인권탄압으로 악명 높았던 정보기관 국가보안위원회(KGB)의 후신 연방보안국(FSB)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법안이 발효돼 인권단체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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