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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진의 육조거리24시] 굳건한 한·미동맹 '공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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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0-20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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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정경진 기자) 지난달 '한미 외교·국방장관(2+2)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함께 방한한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이명박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제가 청와대에 처음 왔던 게 25년 전인데 그때 이후로 지금의 한미동맹이 제일 공고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한·미 60년 동맹 관계에 정말 마음이 든든하다"고 인사를 건넨 이후 나온 화답이었다.

두 사람의 대화처럼 최근 한·미 동맹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견고하고 굳건해 보인다.

미국은 천안함 침몰사건에 대한 북한의 책임을 강조하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면서 대북 압박에 대한 국제사회의 동참을 촉구해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성명을 통해 북한을 규탄하는 내용을 명시하려던 한·미 양국의 외교적 노력은 사실상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지만, 미국은 의기소침하기는 커녕 오히려 더욱 공세적인 입장을 취했다.

한반도 해역에서 항공모함을 동원한 대규모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함으로써 탄탄한 한미 동맹관계를 대내외적으로 과시한 것이다.

이로써 한국과 미국의 굳건한 동맹관계는 의심할 여지 없는 사실로 각인되고 있다.

하지만 한·미 양국이 밀착될수록 그만큼 한국과 주변국들과의 관계는 북극 빙하처럼 두껍게 얼어붙고 있다.

특히 중국이 북한을 옹호하는 태도를 취하면서 '한·미 vs 북·중' 대결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때문에 '신 냉전 시대' 도래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한반도 정세는 한치 앞도 예측하기 힘든 일촉즉발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

견고해진 한·미 동맹의 불똥은 아시아권을 벗어나 멀리 중동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우리 정부와 대북 추가 금융제제를 협의하기 위해 최근 방한했던 로버트 아인혼 미 대북제재 조정관은 이란제제에 한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주문했다.

이는 이란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에 대한 자산동결 요구로 구체화됐다. 외국 지점에 대한 자산동결 규정이 없는 국내법상 멜라트은행 제재조치는 사실상 지점 폐쇄를 의미한다.

문제는 미국의 이란 제재에 동참할 경우 작년 교역규모가 97억달러가 넘는 해외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의 큰 피해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현지 진출 기업들은 청와대를 비롯한 정치권의 이란제재 수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후문이다.

앞서 리비아 주재 국정원 직원이 스파이활동 혐의로 추방된 이후 악화됐던 한·리비아 관계도 현지에 진출한 국내 건설사들을 노심초사하게 만들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 역시 미국과 관련돼 있다는 의혹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이 미국과의 돈독한 동맹관계를 자랑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게 분명한 현실이자 불편한 진실이다. 미국은 그것을 숨기지 않고 당당하게 요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는 미국의 사랑을 얻는 것에 만족하면서 수십년 간 경제협력 관계를 유지해 온 수많은 나라들과 결별을 선언해야 할 것인가. 한미 동맹관계를 유지하면서 경제적인 실리도 포기할 수 없는 한국으로서는 분명한 결단이 쉽지 않는 상황에 내몰려 있는 상태다. 

'의리'와 '신뢰'만으로는 영속될 수 없는 국제관계에서 현재 한국이 처한 '진퇴양난'의 현실을 벗어날 절묘한 외교적 해법 마련이 절실해 보인다. 

shiwal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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