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와 체코가 수교 35주년을 맞아 전방위 경제 협력에 나서면서 국내 기업들의 현지 사업 기회도 확대될 전망이다. 제조 강국인 체코를 거점 삼아 동유럽 시장 개척에 나설 경우 트럼프 2기 불확실성 완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한국과 체코 양국 간 교역량은 2021년 40억 달러를 넘어선 데 이어 지난해에는 역대 최대인 47억 달러(약 6.7조원)를 기록했다. 체코와 슬로바키아가 분리된 1993년 당시와 비교하면 57배 급증한 수치다.
체코투자청 통계를 보면 지난 2022년까지 한국의 대(對)체코 누적 투자액은 720억 코루나(약 4조3000억원)로 독일과 일본, 네덜란드에 이은 4위 규모다. 이를 통해 현지에서 2만개 이상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됐다.
특히 지난해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수주전에서 한국수력원자력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경제 협력 수위가 상향 조정되고 있다. 이날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방한한 루카쉬 블첵 체코 산업통상부 장관과 제2차 공급망·에너지 대화(SCED)를 진행하며 다양한 분야의 협력을 약속했다.

현재 국내 기업이 체코 내 70여곳에서 사업을 전개 중인 가운데 두산과 현대차 등이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체코 자회사인 두산스코다파워는 지난 6일(현지시간) 발전 기자재 기업 중 최초로 체코 프라하 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주당 240 코루나(약 1만4400원)에 상장한 두산스코다파워 주가는 체코 등 동유럽 원전 사업 활성화 기대감에 상장가 대비 25% 오른 주당 300 코루나(약 1만8100원)까지 치솟은 뒤 최근 296 코루나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두산은 상장 전 현지 투자자·매체 초청 간담회에서 체코 국민 클래식 음악인 '신세계로부터'를 틀어 큰 호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신세계로부터는 위대한 체코인 8위에 선정된 바 있는 안토닌 드보르자크의 대표작이다.
한·체코 경제 협력 강화로 다음달로 예정된 체코 두코바니 원전 건설 최종 계약에도 청신호가 들어왔다. 계약이 최종 체결되면 두산스코다파워는 한수원·두산에너빌리티가 만드는 신규 원전용 보일러·터빈 생산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현대차는 지난 2008년 체코 노쇼비체에 14억 달러를 투자해 동유럽 생산 거점을 확보했다. 외국인 투자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연간 33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노쇼비체 공장은 올해 말 누적 생산량 500만대 대기록 달성이 기대된다. 현대차는 체코 자동차 시장에서 현지 기업인 스코다에 이어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넥센타이어와 현대모비스 등도 체코를 발판 삼아 동유럽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넥센타이어는 지난 2014년 10억3000만 달러를 투자해 자테츠 지역에 생산 공장을 건립했고, 현대모비스는 오스트라바 인근 산업단지에서 자동차 램프 공장을 가동 중이다. 고려제강도 2015년 체코에 진출해 타이어 보강재를 생산하고 있다.
코트라 관계자는 "한국의 체코 투자액 중 약 65%가 현대차 등 자동차·부품 관련 분야"라며 "두산스코다파워 상장을 계기로 원전·SMR(소형모듈형원전) 분야 투자에도 한층 속도가 붙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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