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정은 기자) 미국 경제 전문 채널 CNBC의 '매드 머니(Mad Money)'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괴짜' 투자자 짐 크래머가 고민에 빠졌다. 올해도 여느 해처럼 '최악의 최고경영자(CE0)'를 꼽아야 하는데 유력 후보였던 영국 정유사 BP의 토니 헤이워드가 오는 10월 물러나기로 한 것이다.
'뉴 페이스'를 찾아야 하는 그는 최근 CNBC에서 10명의 후보를 소개하며 네티즌들의 의견을 구했다. 크래머는 투자의 대가답게 주가를 떨어뜨리는 '몹쓸 짓'을 한 CEO들을 주로 거론했다.
노키아의 올리 페카 칼라스부오 |
◇올리 페카 칼라스부오(노키아)
올리 페카 칼라스부오가 노키아를 이끌기 시작한 2006년 이후 이 회사 주가는 56%나 떨어졌다. 같은 기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13% 하락하는 데 그쳤다. 올 들어 S&P 500지수는 게걸음했지만 노키아 주가는 무려 25% 추락했다.
칼라스부오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2년간 S&P 500지수가 10% 하락하는 동안 기술주는 65% 급락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크래머는 칼라스부오를 최악의 CEO 후보로 꼽은 것은 비단 주가 때문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칼라스부오가 한눈을 파느라 스마트폰시장 주도권을 애플과 리서치인모션(RIM)에 내준 게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글렌 틸튼(UAL)
유나이티드에어라인스의 모기업인 UAL의 글렌 틸튼은 이미 최악의 CEO로 꼽힌 전력이 있다. 이에 대해 크래머는 그를 최악의 CEO로 지목한 것이 큰 실수였다고 했다. 유나이티드가 최근 콘티넨탈에어라인스와 합병에 성공, 세계 최대 항공사로 거듭나면서 주주들에게 큰 이익을 가져다 줬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크래머는 틸튼이 2006년 취임한 이후 주가는 35% 떨어져 S&P 500지수(12%)보다 낙폭이 컸지만 최근에는 연초 대비 80% 급등하는 등 회복세에 있다고 지적했다.
◇안젤라 브랠리(웰포인트)
미국 최대 의료보험업체 웰포인트의 안젤라 브랠리 CEO는 2007년 취임 이후 주가를 35% 끌어내렸다. 같은 기간 S&P 500지수보다 낙폭이 8%포인트 컸다. 하지만 크래머는 브랠리 덕분에 골드만삭스와 함께 '공공의 적'으로 몰렸던 웰포인트가 수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웰포인트는 올 초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자회사 앤섬블루크로스가 보험료를 최고 39% 인상하고 모든 유방암 환자를 상대로 보험료 부정 수급 여부에 대한 조사를 벌여 비난을 산 바 있다.
존슨앤드존슨의 윌리엄 웰든 |
◇윌리엄 웰든(존슨앤드존슨ㆍJ&J)
존슨앤드존슨(J&J)의 윌리엄 웰든은 올해 최악의 CEO에 오를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평가됐다. 그가 취임한 2002년 이후 J&J의 주가는 6% 떨어지면서 비교적 선방했지만 지난 5월부터 타이레놀과 모트린 등 영유아용 약제를 잇따라 리콜한 것이다.
크래머는 "웰든은 제조과정에서 문제 하나 일으키지 않았던 좋은 기업을 단번에 망가뜨렸다는 점에서 최악의 CEO 자리에 안정적으로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티븐 슈워츠먼(블랙스톤)
크래머의 눈밖에 나기는 세계 최대 사모펀드 블랙스톤의 창업자이자 CEO인 스티븐 슈워츠먼도 마찬가지다. 2007년 기업공개(IPO) 이후 주가가 무려 67% 추락했기 때문이다. 크래머는 천재들이 몰려 있는 곳으로 유명한 블랙스톤이 이렇게 주주들의 돈을 잃게 해도 되느냐"고 비꼬았다.
크래머는 이밖에 저가항공사 에어트랜의 로버트 포나로, 전력회사인 AES의 폴 핸러헌, 바이오기업 베크만쿨터의 스콧 개럿, 탄광회사 매씨에너지의 돈 블랭켄십 CEO 등을 최악의 기업인 후보에 올렸다.
에어트랜의 로버트 포나로 |
한편 8일 현재 CNBC 홈페이지에서 네티즌들은 가장 유력한 최악의 CEO로 존슨앤드존슨의 윌리엄 웰든(19%)을 꼽고 있다. 이어 노키아의 올리 페카 칼라스부오(18%), 에어트랜의 로버트 포나로 (17%)가 뒤를 바짝 쫓고 있다.
nvcess@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