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프론티어] 신혜경 원장 "도시계획, 육아부담 덜 수 있도록 설계돼야"

(아주경제 정수영 기자) 도시설계 전문가로, 국토해양·건설교통을 아우르는 활동으로 주목받아온 신혜경 한국건설교통기술평가원 원장.

사회생활을 하는 여성들의 멘토가 되고 있는 그이지만, 현재의 이 자리까지 오기까지에는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육아·가사 부담이 만만치 않았다.

1남1녀를 두고 있는 신 원장은 1980~90년대 기혼여성 대부분이 그러해듯 육아와 가사가 모두 엄마이자 아내인 자신의 책임이었다고 회고한다.

"공무원이었던 남편은 일이 많아 밤 12시 이전에 퇴근하는 일이 거의 없었고, 양쪽 어머니들은 아이를 봐줄 여건이 안됐죠. 공부와 집안 일을 병행해야했던 나로서는 박사 논문이 통과하는 데 아주 긴 시간이 필요할 수 밖에 없었죠."

여성이 사회생활을 하는 데 큰 장벽을 직접 체험한 신 원장이 당시 택한 박사과정 논문은 바로 '여성학적 접근 방법으로 본 도시주거환경의 문제점에 관한 연구'다.

여성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남성과 동등한 직장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도시설계 자체가 육아 및 가사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이뤄져야 한다는 현실성에서 나온 논문이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이 문제를 접근하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었다. "1991년 학위를 받았는데, 당시엔 도시환경을 여성학적 측면에서 접근하는 일이 거의 없었어요. 지도교수한테 '왜 이런 논문을 쓰냐'며 타박까지 받았으니까요."

신 원장은 그러나 지금도 여전히 이런 부분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보고 있다. "지금은 여성학계 중심으로 많은 논의가 이뤄지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미흡한 편이에요. 물리적인 도시환경이 여성은 육아와 집안일, 남자는 사회생활을 기본으로 설계 돼 있으니 문제죠. 앞으론 아파트 설계시 1층은 보육과 육아 등을 위한 시설로 만드는 노력이 필요해요."

집안일과 회사일을 병행하며 힘든 과정을 온몸으로 체험한 신 원장이 여성 후배들에게 해 주고 싶은 조언은 다소 현실적이다. 바로 "참고 견뎌라'는 것.

"논문 마감일이 코앞에 와 있는 상황에서 애드리 아플 땐 정말 끔찍하기 이를 때 없었죠. 하지만 지나고 보면 모두 하나의 과정에 불과해요. 사회적으로는 보다 낭느 육아제도 및 시설 요구 등이 계속돼야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열심히 하다보면 모든 건 지나가게 마련이에요. 우리함께 이겨내야 한다는 강한 의지를 키웁시다."

이런 신 원장이 힘들 때면 꺼내 보는 책이 있다. 바로 '어린왕자'다. 도시건축 분야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전문가인 신 원장이 이 책을 즐겨 읽는다니, 다소 의외다.

"마음이 심란하거나 복잡할 땐 버릇처럼 '어린왕자'에 손이 가죠. 다 아는 내용이지만 다시한번 읽고 나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순수해지는 느낌이 들어요. 이게 바로 동화책이 주는 마력이 아닐까요"

'힘들고 복잡할 때 일수록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생각하라'는 격언처럼 깊이있는 생각으로 모든 일에 신중하게 접근하는 신 원장의 긍정적인 마음이 그대로 느껴진다.  

js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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