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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로의 옛 모습인 육조거리 복원을 통한 역사·문화 체험 공간으로 재탄생시키기 위해 추진된 광화문 거리 사업은 2008년 5월 시작해 2009년 7월 말 마무리됐다.
이로써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에서 세종로사거리와 청계광장으로 이어지는 길이 555m, 너비 34m의 광화문 광장은 해치마당, 중앙광장, 세종대왕동상, 이순신장군 분수 등과 어울려 서울을 대표하는 관광 명소가 됐다.
여기에다 최근 광복65주년을 기념하는 8·15 경축식을 통해 광화문 복원까지 공식적으로 마무리되면서 광화문 광장은 우리 민족 고유의 숨결을 간직한 문화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러나 내국인 뿐만 아니라 외국 관광객들에게도 빼놓을 수 없는 명소가 된 광화문 광장을 찾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광경이 하나 있다.
바로 광장 대로변에 자리잡은 주한 미국대사관 건물이다. 철책까지 휘감은 높은 담장에 둘러싸인 미 대사관 건물은 그 자체만으로도 시민들의 즐거운 놀이터이어야 할 광장의 분위기를 을씨년스럽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더욱이 대사관 경호를 위해 동원된 한국 경찰들과 10여 대의 전경 수송버스, 경찰특공대 장갑차 등을 보고 있으면 이곳이 관광지인지 전쟁터인지 아리송해진다.
미국대사관에서 광장을 거쳐 건너편 길로 건너가는 길목에 설치된 횡단보도에서 근무를 서고 있는 경찰관들 역시 행인들의 안전보다는 대사관 경호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아 지나는 이들을 주눅들게 만든다.
이쯤이면 독일에서 왔다는 한 관광객이 "서울 한 복판에 왜 이렇게 경찰들이 많냐"면서 의아해하는 것도 이해가 될 법하다.
미국 대사관이 현재의 광화문 터에 자리잡은 것은 40년이 넘었다고 한다.
미국 국제개발처(USAID)의 전신인 한국 파견 미국 원조 기구(USOM)가 대사관 본관 건물과 바로 옆 쌍둥이 건물(현 문화체육관광부 청사) 공사를 감독하고 비용을 부담했는데, 1968년에 대사관 사무실이 세종로에 있는 현재 본관 건물로 이전하게 됐다는 것이다.
최근 미 대사관 건물을 용산 미군기지 안으로 이전하는 작업이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다는 소식이 있었다.
미국 측은 지난 1977년 대사관 이전을 결정했지만, 1983년에야 이전대상 부지로 결정한 경기여고 자리가 덕수궁 터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결국 30년이 넘는 긴 세월을 보냈다.
하지만 미국 대사관 이전을 위한 양국 간 양해각서가 조만간 체결되더라도 실제 이전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관계자는 "미 대사관 이전은 미군기지 이전과 연계돼 있어 당장 이뤄지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광화문과 육조거리 일대는 일제강점기부터 우리 민족이 겪은 수난의 근현대사와 함께한 상징적인 장소이다.
1995년 8월15일 광복 50주년을 맞아 경복궁 안의 조선총독부 건물을 철거하면서 본격화됐던 민족 정기 회복 작업은 일제에 의해 옮겨졌던 광화문이 제 자리를 찾으면서 비로소 새로운 시대를 향하는 전기를 맞고 있다.
이 참에 새롭게 태어난 광화문 광장의 오점으로 기억될 수 있는 미 대사관 이전도 하루 속히 끝내는 게 옳다는 생각이다. 우리가 청산해야 할 과거는 단지 일제의 잔재 뿐만은 아닐 것이다.
shiwal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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