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경진 기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26일 중국을 극비리에 방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 위원장의 방중은 지미 카터 미국 전 대통령이 북한에 억류중인 민간인 석방을 위해 방북한 상황에서 중국 우다웨이 한반도사무 특별대표가 6자회담 재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방한하는 등 민감한 사안이 맞물린 민감한 시점에 이뤄진 것이다.
때문에 김 위원장이 지난 5월에 이어 3개월만에 다시 전격적으로 방중길에 오른 것은 북한 내부에 중대한 돌출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라는 게 통일·외교 관계자와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김정은 후계구도 교감 가능성
김 위원장의 방중 목적은 북한 후계구도와 관련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평양에 체류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급작스럽게 방중을 단행한 것은 북한 지도체제와 관련한 특이사항을 제외하고는 마땅한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선발대도 없고 아무런 사전징후도 없이 방중한 것은 후계구도와 같은 중대한 사안이 아니면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9월 초 당 대표자회의를 통해 김정은으로의 후계구도를 공식화하려는 김 위원장 입장에서 중국과 긴급하게 조율할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중국 지도부가 김정은을 후계자로 삼으려는 김 위원장의 의도에 동의하지 않고 있어 사전에 중국측과 교감을 통해 후계구도를 확정짓고 내부 단속도 하는 이중포석을 염두에 뒀다는 해석이다.
때문에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길에는 3남인 김정은이 동행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의 방중 목적이 최근 수해 등으로 악화되고 있는 경제난과 관련돼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 위원장이 건강상의 문제로 방중했을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북한과 중국 간에 전문치료팀이 왕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연성은 많지 않아 보인다.
◆6자회담 재개 급물살 탈수도
김 위원장의 또 다른 방중 배경으로 최근 중국측이 주도하고 있는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한 양측의 중요한 합의가 나올 가능성도 거론된다.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 추가제재가 임박한 시점에서 중국은 6자회담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행보를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북한 입장에서도 국면전환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는 관측이다.
중국의 우다웨이 특별대표는 지난 16~18일 방문한 데 이어 이날 방한, 한국과 6자회담 재개를 논의할 예정이다.
우 대표는 우리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위성락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만나 6자회담 ‘비공식 회담’ 또는 ‘예비회담’을 골자로 하는 3단계 중재안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6자회담 재개에 앞서 비공식 회담을 먼저 진행하자는 우 대표의 제안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북한에 억류 중인 아이잘론 말리 곰즈씨의 석방을 위해 평양을 방문한 것도 6자회담 분위기 조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다.
하지만 한미 양국이 시간이 걸리더라도 북측의 비핵화 의지 등을 확인하고 난 뒤에 대화를 갖겠다는 입장이어서 예상대로 6자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될 지는 불투명하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도 지난 25일 6자회담 재개에 앞서 북한이 ▲핵 시설 불능화 조치 재개 ▲ 강제추방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복귀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계논의 vs 안보문제" 해석 분분
대북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방중에 대해 후계구도 논의 목적이라는 시각과 안보문제 해결 때문이라는 등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중국은 후계 문제와 북핵 문제를 연계해 보고 있는 반면 북한은 두 문제를 분리해 보고 있는데 당대표자회가 임박한 상황에서 의견 조율이 되지 않아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선 것 같다"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당 대표자회를 9월 초순에 열겠다고 발표한 상황에서 수해로 민심이 불안정해서는 당 대표자회의 축제 분위기를 만들기 어렵다"며 "식량 등 수해 지원으로 현재 상황을 시급히 안정시킬 필요가 있고 중국은 북한이 의존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라면서 경제적 지원요청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조명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개발협력센터 소장은 "한·미·일 동맹이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중국과 북한에 대한 압박이 위험 수위에 이를 수도 있음을 지적하고, 정치적 지지와 군사적 지원 등을 확보하기 위해 갔다고 볼 수"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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