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국민은행이 금융소외자의 정상적인 금융거래를 막는 장벽들을 조금씩 허물기 시작했다.
과거 국민은행에 채무가 있었더라도 은행연합회가 관리하는 공공정보가 삭제되면 신용카드 발급 등을 허용키로 한 것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국민은행은 연체ㆍ파산 등의 기록을 담은 공공정보가 삭제된 고객에 대해서는 과거 채무 기록을 문제삼지 않기로 내부 심사기준을 개선했다.
신용정보업 감독규정 19조 2항은 공공정보 등재 후 5년이 지나면 관련 기록을 삭제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공공정보가 없어져도 연체기간 등에 따라 은행 거래에 제한을 받아 왔다. 특히 과거에 채무가 있었던 은행 문턱을 넘기란 불가능했다.
국민은행은 일단 카드 발급을 허용하고, 대출 허용 여부도 추가로 검토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국민은행은 지난 6월부터 금융소외자를 대상으로 체크카드 기능을 갖춘 '고운맘 카드'를 발급해주고 있다.
고운맘 카드는 보건복지부가 임산부의 임신ㆍ출산비를 지원하는 바우처 카드다. 전자바우처 사업 주관 금융회사인 국민은행은 그동안 금융소외자에게 진료비 지원 기능만 담긴 카드를 발급했으나, 이번에 체크카드 기능을 추가한 것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공공정보가 삭제돼도 당행 채무정보까지 삭제할 의무는 없다"며 "다만 금융소외자의 거래 편의를 위해 일부 서비스를 허용키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다른 은행들은 금융소외자에 대해 여전히 냉담하다.
하나ㆍ기업ㆍ외환은행 등은 공공정보가 등재된 고객의 경우 일정 금액을 담보로 맡겨야 사용이 가능한 예금담보카드만 허용하고 있다.
금융소외자들은 금융거래 실적을 쌓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돈을 맡기고 카드를 쓰고 있다.
신한은행은 과거 채무 기록이 있었던 고객에 대해 공공정보 삭제 여부와 상관없이 금융거래를 제한하고 있다.
특히 신한은행과 신한카드는 물론이고 합병한 조흥은행과 LG카드의 채무 정보까지 여신 및 카드 발급 심사기준에 활용하고 있다.
최근 신한은행에서 카드를 신청했다가 거절당한 한 고객은 "조흥은행과 LG카드 등은 워낙 규모가 큰 금융회사였던 만큼 채무나 연체 기록이 있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라며 "이를 금융거래 제한요소로 활용한다면 웬만해서는 문턱을 넘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5년이 지나 공공정보가 삭제되면 각종 금융거래가 가능해진다"면서도 "은행들이 각자 보유 중인 채무 기록을 심사기준으로 활용하는 것까지 제재하기는 어렵다"고 토로했다.
gggtttppp@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