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재홍 기자) 최근 정치권의 최대화두로 떠오른 ‘공정한 사회’에 대한 여야의 시각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공정’의 기준 마련 등 구체적 방향을 제시하며 연일 공론화에 열을 올리고 있는 모습. 반면, 민주당 등 야당은 앞서 ‘공정 사회’를 대여 공세의 수단으로 삼았던 것과는 달리, 여론의 추이를 살피며 한 발 물러서는 분위기다.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공정 사회’와 관련해 “갑자기 높아진 엄격한 잣대로 과거 관습적으로 이뤄진 일들까지 ‘인민재판’식으로 몰고 가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는 또 “‘나는 아니고 너는 나쁘다’는 식으로 나라를 위해 노력한 사람을 나쁜 사람으로 몰아 퇴진시키는 건 곤란하다”며 “우선 내부부터 엄격한 잣대로 처리하고 스스로 잘못된 일을 시정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 원내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8·8개각’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벌어진 국무총리 및 일부 장관 후보자의 낙마, 그리고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딸의 특혜 채용 시비 등에서와 같이 높아진 도덕적 기준이 자칫 스스로의 발목을 잡게 될 수 있음을 우려한 것으로 해석됐다.
반면, 전날까지만 해도 “대통령과 정부·여당부터 공정한 사회를 위해 솔선수범할 때 국민이 수긍할 것”이라고 목소릴 높였던 민주당은 갑자기 ‘톤’이 낮아졌다.
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인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무총리와 외교통상부 장관의 공석, 그리고 후보자 낙마로 지식경제부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직이 사실상 ‘공백’임을 들어 “하루 빨리 총리 등을 임명해 국정을 원활히 수행해야 한다”고 주문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은 ‘공정한 사회’만 부르짖을 뿐 ‘공정한 정무’는 하지 않고 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어떻게 준비하려는 건비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현희 당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유 장관 문제와 관련한 외교부 인사책임자의 문책과 위장전입 사실이 밝혀진 임채민 국무총리실장의 사퇴를 촉구하면서도 ‘공정 사회’와는 직접 연관 짓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전 대변인은 “현재 정부·여당이 강조하고 있는 ‘공정한 사회’의 주장에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며 “실질적인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공정한 사회’만 강조하는 것에는 대응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공정 사회’를 강조할수록 결국 여권의 프레임에 휩쓸려 들어가는데 지나지 않는다”는 당내 지적도 일정 부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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