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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교류 통해 한국문화 원형 찾는데 기여하고파"
(아주경제 이미호 기자) "국제 미술계를 움직이는 사람들을 초청해 학술회의를 열었다는 사실 자체가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수 있는 중요한 행사로 거듭날겁니다."
지난 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KIAF 학술회의를 기획한 송미숙 동아시아학회 회장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트페어는 단순히 미술품만 사고 파는게 아니라 학술적인 분야를 통해 보다 발전된 모델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올해 KIAF의 총 판매액은 국내 미술시장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125억원에 그쳤다. 하지만 학술회의를 포함한 다채로운 부대행사를 마련해 일반인과 미술애호가들의 관심을 끌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특히 이번 학술회의는 KIAF가 영국을 주요국가로 초청하는 과정에서 기획됐다.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 프란시스 모리스 테이트 미술관 큐레이터, 다니엘 비언바움 등 거물급 인사들이 참석했다.
스위스의 바젤이나 프랑스의 피악 등 세계적으로 저명한 아트페어에는 주빈국 초청 프로그램이 없다. 하지만 국제 미술계에서 후발주자인 한국은 해외 유수의 갤러리를 초청해 수준 높은 작품을 전시하고
또 국내 작가들의 해외 진출을 독려하고 있다.
"지난해 주빈국은 인도였는데 안타깝게도 인도 현지 갤러리 한 곳만 참여했죠. 뭐 거의 실패했다고 봐도 되요. 하지만 올해는 10년 후 국제 미술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할 젊은작가들(YBAs, Young British Artists)에 대한 관심도 반영할겸 만장일치로 영국을 택했죠."
송 회장은 컨퍼런스 행사가 아트페어의 성공여부와 직결될 만큼 그 영향력이 커졌다고 강조했다.
"솔직히 이번 아트페어에 영국의 메이저급들은 많이 참석하지 못했어요. 대부분 홍콩으로 갔죠. 홍콩아트페어는 역사는 짧지만 부대행사로 학술적인 회의를 개최하면서 순식간에 아시아를 대표하는 아트페어로 급부상했어요. 홍콩아트페어는 행사 기간 내내 아트마켓에 관한 여러가지 주제를 가지고 학술회의를 진행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죠."
사실 송 회장이 오브리스트 디렉터를 초청하는 과정에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1999년 삼성문화재단 내 호암미술관 관장 자문으로 일했던 송 회장은 '씨티즈 온 더 무브(Cities on the Move)'라는 기획전시를 위해 작가 섭외차 한국을 들렸던 오브리스트와 인연을 맺게 된 것.
"2000년에 제가 '제1회 서울미디어시티' 총감독을 역임하면서 오브리스트를 초청하게 됐고 이후 여러 행사를 통해 계속 연락하게 됐어요. 마침 최근에 오브리스트가 바젤아트페어에 깊이 관여했다는 사실을 알게 돼서 KIAF에 키노트 연설자로 초청을 하게 됐죠."
송 회장은 이후 테이트 브리튼의 프랜지즈 모리스를 초청했고, 오브리스트의 제안으로 철학을 전공한 대니엘 비엔바움을 소개받았다.
현재 동아시아학회를 이끌고 있는 송 회장은 현대사회에서 아트페어가 무 상업화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유일한 해결책은 미술을 인문과 철학 등 여러가지 방면과 접목시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술을 단순한 문화적 대상(cultural object)으로만 보면 안돼요. 인문, 철학, 역사, 정치적 배경으로 넓게 해석해야 미술계에도 발전이 있어요. 그런 취지에서 동북아시아 인문학에 기여하고자 만든게 바로 동아시아학회입니다."
마지막으로 송 회장은 "미술은 인류의 정신문화를 대표하는 오브제"라며 "인류학, 언어학 등 관련 학문과의 교류를 통해 한국 문화의 원형을 찾는 일에 기여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mihole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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