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지성 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회장 조석래, 이하 전경련)가 청와대를 비웃듯 대·중기 상생기조에 거스르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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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철 전경련 상근부회장 |
중기협력센터는 전경련의 대표적인 대·중소기업 상생을 위한 부설기관으로, 중기 대상 경영자문과 융자추천 사업을 하고 있다.
중기 융자추천 사업은 단기적인 자금난을 겪고 있는 유망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심사, 평가해 (주)기협기술금융에 융자를 추천하는 사업이다. 업체당 5억원 이내의 융자가 가능하다.
중기협력센터 관계자는 "올해 2개 중소기업 융자를 추천했지만, 기협기술금융 평가 결과 신용이 좋지 않은 것으로 판단돼 융자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중기 융자추천 사업 실적이 전무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중기협력센터는 지난해까지 3년 동안 13개 중소기업의 융자를 주선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의 올해 정책방향인 대·중기 상생에 전경련이 오히려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재계 한 관계자는 “조석래 회장 시절 전경련은 일자리 창출에 올인 했는데, 위쪽에서 상생을 화두로 제시하자 갈팡질팡 하고 있는 것”이라며 “사실 전경련은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기구가 아니냐”고 말했다.
태생적으로 중소기업 지원에는 인색할 수밖에 없는 조직이라는 의미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중기협력센터가 5년 전에 만들어졌는데, 당시 논란이 있었다”면서 “앞서 법정기관으로 출발한 대·중소기업협력재단에 갔어야 할 돈이 (중기협력센터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중소기업협력센터는 전신인 국제산업협력재산의 기금 65억원에 국내 5대 그룹의 상생협력기금 명목의 150억원 출자를 더해 모두 215억원의 기금을 바닥에 깔고 있다.
당시 정황과 관련해 기금조성에 참여했던 모 대기업 관계자는 “대중기협력재단이 아닌 전경련 산하조직으로 기금을 보내 달라는 전경련의 요구에 처음 계획과 다르다며 반발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중소기업협력센터는 215억원의 기금에서 나오는 이자수익 약15억원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
전경련에서 파견된 이를 포함해 12명의 임직원이 근무 중인 중소기업협력센터의 연간 운영비는 약 7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대·중기 상생과 중기 지원을 위한 사업비용에는 연간 8억여원을 사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운영비와 사업비의 비율이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비슷한 시기 법정기구로 발족한 대중기협력재단의 운영비와 사업비 비율이 2대8 정도인 것과 대비된다.
대중기협력재단이 연간 예산의 20%를 상회하는 수준에서 운영비를 맞추고 있는 것과 달리 중소기업협력센터는 예산의 50% 가까이를 운영비로 쓰는 것.
전경련이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노하우는 물론이고 의지도 없으면서 부설기관 확대를 위해 대기업들에게 상생지원금을 출자 받기만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자연스러워졌다.
중소기업들 사이에서는 전경련이 자체 투자를 통해 중소기업협력센터를 확대하든지, 아니면 대기업 이익 대변이라는 본업에 충실하기 위해서라도 중소기업협력센터를 폐지하는 게 낫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215억원 기금을 전문기관에 맡기는 것이 전경련이 중소기업과의 상생의지를 보여주는 징표일 수 있다는 것이다.
lazyhand@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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