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너 책임경영...긍정적 평가
- LG필립스 등 실패 경험, 감정 쉽
↑ LG상사 구본준 부회장. |
이같은 난국에 빠진 LG전자의 구원투수로 구본준 LG상사 부회장(사진)이 전면에 부상했다. 하지만 구 부회장이 과연 소방수로서 제 역할을 할지는 미지수다.
오너 일가로서 책임경영을 실현할 수 있겠지만 과연 상황을 반전시킬 능력을 갖췄는가에는 의구심이 있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그룹을 둘러싼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점도 구 부회장 행보에 암운이 드리워지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0%나 줄었다. 같은 기간 국내 대기업들이 사상 초유의 호실적을 기록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3분기 실적 역시 2분기보다도 더욱 안 좋은 성적표를 낼 것이라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흘러나올 정도다.
◆ 오너경영, 효과볼까?
LG 관계자는 “남용 부회장 아래서 LG전자는 경영의 글로벌화 등 일정부분에서 성과를 냈다”며 “다만 시장 트렌드 분석 실기와 미래를 내다본 중장기 투자가 미흡했다”고 설명했다.
구본무 회장의 동생인 구 부회장을 대표이사에 선임함으로써 오너의 책임경영을 실현할 수 있다는 의미다.
키움증권 김지산 연구원은 “이번 CEO 교체는 오너체제로 돌아갔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오너체제의 장점인 단기 집중 투자를 통해 LG전자의 조기 정상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그간 구 부회장의 전자계열사 성적표를 감안하면 전자 파트를 맡을만한 역량이 있는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가 관계자는 “2006년 구 부회장은 LG필립스(현 LG디스플레이)가 9000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을 책임지고 물러났다”며 “7년간 LG디스플레이의 기반을 다진 것은 맞지만 당시 위기 상황에서 대처가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다”고 설명했다.
◆ 역량 검증 미흡...공격경영 '독(毒)' 될 수도
1998년 LG반도체 대표이사에도 취임했지만 1년 만에 정부 주도 반도체 빅딜로 이렇다 할 경영 능력을 보이지 못 한 것도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전자산업에서 구 부회장이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부분이다.
LG전자는 4분기 적자전환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특히 매출이 가장 큰 4분기에 수장이 갑작스레 바뀌면서 경영누수 역시 우려되는 부분이다. 각 사업부장과 남용 부회장이 영입한 해외 임원들 역시 직책에 대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내년 상반기 역시 전반적 환경이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이를 타개하기 위한 뾰쪽한 수가 없다는 것도 부담이다. 과거 구 부회장은 공격적인 경영을 펼쳐왔다. 하지만 오히려 위기의 순간에서 이같은 경영이 오히려 독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감정을 쉽게 드러내는 성격도 LG전자라는 큰 조직을 옮기기에 적합한지에 대한 여부도 논란이다. LG반도체 빅딜 당시 구 부회장은 분한 심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LG디스플레이 대표에서 물러난 후에도 이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표했다.
◆ 성적따라 LG 오너체제 중간평가
LG그룹은 구 회장의 독자인 구광모 LG전자 과장에게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서는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았다. 구 과장이 아직 32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오너경영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때문에 이번 LG전자 대표이사에 구 부회장이 선임된 것은 당장의 위기 진화 뿐 아니라 오너경영 체제를 강화할 수 있는 중간평가의 의미도 담고 있다.
4년간 LG상사 대표이사로 잠시 물러났다 다시 그룹 중심 계열사를 이끌게 된 구본준 부회장. 그의 향후 행보에 LG전자의 미래는 물론 LG 오너경영 체제 강화 여부가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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