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특위는 추석 연휴에 앞서 이 같은 내용을 포함, 모두 66개 중점 추진과제를 담은 책자를 당 소속 의원과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직원, 그리고 국무총리실을 포함한 정부 각 부처 장·차관실에 전달하면서 그에 대한 검토 의견을 구했다.
한나라당은 ‘공정사회’와 함께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 주요 국정지표로 제시한 ‘친서민’을 법적·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홍준표 최고위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서민특위를 구성하고 관련 정책 발굴과 공론화 작업에 착수한 상태.
그러나 당 안팎에선 ‘홍준표’식 서민정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자칫 당의 정체성 가운데 하나인 시장경제 원리에 어긋나는 정책이 제시될 경우 그 ‘후폭풍’을 감당키 어렵단 게 표면적인 이유다.
이를 테면, 은행의 영업이익 10% 정도를 서민대출로 전용토록 법제화하자는 서민특위의 제안은 “지난 외환위기 당시 국민 혈세를 쏟아 부어 살아난 은행들이 자기들 연봉 잔치만 하고 서민대출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 마련됐지만, 정책위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금융의 자율성을 해칠뿐더러 외국인 투자자들이 수익성 악화를 우려해 자금을 빼갈 수 있다”며 반론을 펴고 있다.
서민특위의 제안 가운데 당의 주요 지지기반과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경우가 적잖은 점도 당내 반발이 빗발치는 배경이 되고 있다.
서민특위가 요구한 ‘대학등록금 인상분 상세내역 공개’에 대해 당 정책위는 일단 “관련 부처와 업계 등으로부터 충분한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으나, 상당수 당 소속 의원들이 재단 이사 출신인 등 사립대학들과 직·간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어 서민특위의 안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홍 최고위원은 “서민정책은 자유 시장경제를 제한하는데서 출발한다. 서민정책을 통해 한나라당이 부자정당에서 서민정당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그간 서민특위가 주체가 돼 당·정 협의에 나서는 방안까지 추진하려 했지만, 결국 김무성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의 제동에 ‘정책위와의 사전 협의’를 거친 뒤 발표하는 것으로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논쟁의 불씨 여전히 살아 있다는 게 당 안팎의 중론.
한 초선 의원은 “‘공정사회’의 개념 등을 놓고 여야 모두에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듯이 서민정책도 결국 같은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간 진보진영의 전유물로만 여겨져 왔던 ‘노선 경쟁’이 이제 한나라당에서도 본격화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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