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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로 세상 만난 장애인 권선화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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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9-27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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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5~10년은 더 선수로 뛸 수 있을 것 같은데 주변에서는 자꾸 은퇴하라고 하네요, 하하하…"

26일 서울 노원구 서울시립뇌성마비복지관에서 만난 권선화(46)씨는 마흔 중반이 넘은 나이지만 운동장에 서면 최전방 공격수다.

그에게 또 다른 특별한 점이 있다면 왼쪽 팔과 다리를 잘 쓰지 못한다는 것.

뇌병변 장애 3급인 권씨는 90년 서울시립뇌성마비축구단에 입단해 20년째 축구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축구단 주장으로 팀을 이끌어 온 지는 10년 정도 된다. 광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상비군으로도 뽑혀 다음 달 6일부터 합숙훈련에도 참가한다.

장애를 안고 태어난 그에게 축구는 세상으로 나가는 통로였다.

"초등학교 때는 체육시간에 거의 벤치를 지키곤 했어요. 하지만 중학교 1학년 때 동네 아이들과 축구를 시작하고부터는 선생님이 벤치에 앉아 있으라고 하면 '저도 할 수 있다'며 운동장으로 나섰죠."

자신의 불편한 몸을 따라하며 놀리는 급우들도 있었지만, "비장애인 아이들을 제치고 슛을 하면 주변에서도 저를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고 그는 회고했다.

권씨는 "축구를 하지 않았더라면 부모님의 보호 아래서 소극적으로 살았을 것"이라며 "축구장에 나와 스스로의 한계에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장애를 헤쳐나갈 의지를 키웠다"고 힘주어 말했다.

실제로 축구를 하면서 늘 가슴께에 붙이고 다니던 왼팔을 자연스레 늘어뜨릴 수 있게 됐고 왼쪽 다리를 움직이기도 한결 수월해졌다.

이런 경험을 어린 후배들에게도 전하려고 권씨는 지난해부터 서울시립뇌성마비복지관에서 뇌성마비 청소년들에게 매주 3~4시간씩 축구를 가르치고 있다.

걷기도 벅찬 중증 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이들도 많지만, 천천히 체력을 길러주고 훈련을 해나가 언젠가는 유소년 팀을 만들 계획이란다.

그는 "아이들이 장애 때문에 자신의 가능성을 지레 포기해 버리는 것이 안타깝다"며 "축구를 통해 아이들에게 자신감과 도전정신을 키워주고 싶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런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권씨는 이달 30일 보건복지부가 후원하고 한국뇌성마비복지회가 주최하는 '제28회 오뚝이 축제'에서 표창장을 받는다.

소감을 묻자 "다 지금껏 10년 넘게 함께 훈련해 온 축구팀 동료 덕분"이라는 대답이 수줍은 미소와 함께 돌아왔다.

유소년 축구팀 창단을 위해 권씨는 최근 정식 지도자가 되기 위한 준비도 시작했다. 장애인의 처지에서 장애인 스포츠를 지도할 인력이 없다는 사실이 늘 안타까웠던 그다.

그간 해오던 노동 일을 올해 들어 쉬게 되면서 지금은 형, 누나들의 도움으로 생계를 꾸리고 있지만 지도자로 일하며 스스로의 힘으로 부모님을 모시고 싶다는 소망도 가지고 있다.

인터뷰 말미에 권씨는 "장애인 스포츠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U-17 여자월드컵 선수들도 관심이 부족한 상태에서 축구를 시작했잖아요. 저희 장애인들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훈련하고 있거든요. 조금만 더 호응이 높아진다면 장애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데도 큰 힘이 될 겁니다."

new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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