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앳된 얼굴로 메이저리그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뒤 줄곧 비교 대상이던 일본 간판 투수 노모 히데오(42.은퇴)의 종전 메이저리그 아시아선수 최다승(123승) 기록을 마침내 넘어서는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기 때문이다.
박찬호는 2일(한국시간) 플로리다 말린스와 경기에서 구원 등판해 3이닝 동안 무려 삼진 6개를 솎아내며 무실점으로 막는 완벽투를 펼치고 시즌 4승째를 올리면서 통산 124승 고지를 밟았다.
1995년부터 4시즌 동안 다저스에서 한솥밥을 먹은 박찬호와 노모는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선수로 묘한 신경전을 펼쳐왔다. 포크볼의 달인인 베테랑 노모가 한 발씩 앞서가고 박찬호가 최고 구속 150㎞의 직구를 내세워 추격하는 양상이었다.
노모는 일본 프로야구 시절부터 일찌감치 최고 투수로 인정받았다. 1990년 긴테쓰 버펄로스에 입단한 노모는 4년 연속 다승왕과 탈삼진왕에 오르며 78승을 올렸다.
노모는 박찬호보다 메이저리그 데뷔가 1년 늦었지만 빠른 속도로 승수를 쌓았다. 빅리그 11시즌째인 2005년 6월16일 미국과 일본프로야구 통산 200승 고지를 밟았고, 그해 6월28일에는 토론토 경기에서 승리를 따내 메이저리그 통산 123승을 거뒀다.
노모는 2008년 시즌을 끝으로 은퇴할 때까지 통산 123승 109패에 평균자책점 4.24를 작성했다. 323경기에 나와 삼진은 1천918개를 잡아냈다.
특히 123승은 모두 선발로 거두는 등 거의 선발 투수로만 활약했다. 구원으로는 단 5경기에 나서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8.68만 작성했다.
반면 박찬호는 124승 가운데 선발승은 113승(86패)으로 나머지는 불펜에서 승수를 쌓았다. 이날까지 뛴 476경기 가운데 선발로 총 287경기를 소화했고 불펜에서는 189경기를 뛰었다.
기록의 질적인 가치로만 따진다면 노모보다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불펜에서 올린 승리가 11승(12패)이나 되는데다 124승까지 도달하는데 노모보다 여섯 시즌이나 더 걸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경을 이겨낸 의지라는 잣대를 들이댄다면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일본에서 이미 성공을 거둔 노모는 줄곧 선발로만 뛴 반면 박찬호는 불펜으로 시작해 1997시즌에야 확실한 선발로 자리를 잡았다.
노모는 선발 자리를 확보하지 못하게 되자 은퇴를 선택한 반면 박찬호는 선발의 영광을 뒤로한 채 2007년 시즌 이후 불펜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끊임없이 닥치는 고난을 이겨내며 땀 냄새 폴폴 나는 인간 승리의 드라마를 써 갔다.
박찬호는 또 시즌 최다승 부문에서도 노모보다 한 단계 위다. 2000년 다저스에서 시즌 18승을 올렸고 노모는 1996년, 2002년, 2003년(이상 다저스) 16승을 거뒀다.
박찬호는 아울러 메이저리그 역대 다승 부문 순위에서도 공동 385위에서 공동 375위로 뛰어올랐다.
현역 선수 중에서는 20위를 달리고 있는데 더는 순위를 올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19위인 존 갈랜드(샌디에이고, 131승)보다 7승이나 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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