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인터넷뉴스팀 기자) 세계 메이저 곡물회사들이 '식량 대국' 중국의 콩과 밀에 이어 대표적인 식량 자원인 쌀에 대한 공략을 본격화하면서 중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윌마인터내셔널 등 세계적인 곡물회사들이 올 들어 중국의 벼 확보에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영세한 민영 가공업체들이 줄도산 위기에 처했다고 절강재선(浙江在線)이 2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대표적인 벼 산지 장시(江西)성 푸저우(撫州)에 쌀 가공공장을 건립한 윌마는 올여름부터 본격적인 벼 확보에 나서 50㎏당 98 위안의 높은 가격으로 이 일대 조생종 벼를 대거 사들였다.
이런 가격은 지난해 이 지역 조생종 벼 거래 가격보다는 6-8 위안이, 중국 당국이 정한 올해 벼 최저 수매가에 비해서도 5 위안이 높은 것이다.
다음 달부터 푸저우 인근 난창(南昌)에 연간 20만t의 생산 능력을 갖춘 쌀 가공공장을 추가로 가동할 계획인 윌마는 수확 시기를 한 달여 앞둔 만생종 벼에 대해서도 최근 높은 가격을 제시하며 입도선매에 나섰다.
윌마를 비롯한 외자 기업들이 벼 확보전에 뛰어든 데 자극받은 중국 국유기업들까지 가세하면서 벼 수매가격이 껑충 뛰는 바람에 경쟁력에서 뒤지는 영세 도매업체들과 쌀 가공업체들의 도산이 잇따르고 있다.
이미 장시 지역 2천여 개 쌀 가공업체들이 수지가 악화돼 도산했거나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푸저우의 식량 도매업체는 "수확도 되기 전인데 이미 대부분의 벼가 매매돼 사들일 수 없는 처지"라며 "창고가 텅 비어 있으며 직원들 월급조차 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푸저우의 쌀 가공업체도 "벼 가격이 오르는 바람에 가공할수록 적자가 나고 있다"며 "더는 공장을 가동할 수 없는 처지"라고 밝혔다.
거대한 자본과 질 좋은 가공품을 생산하는 효율성 높은 시설, 체계적인 관리로 무장한 외국계 기업들이 웃돈을 주고 곡물시장을 공략하면서 중국 기업들의 자국산 곡물 확보량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올해 저장과 안후이(安徽), 푸젠(福建) 등 중국의 주요 벼 산지 8개 성(省)에서 중국 업체가 사들인 벼는 507만8천t으로, 지난해보다 175만3천t이 감소했다. 이 가운데 국유기업의 수매량은 324만1천t으로, 이 역시 지난해에 비해 173만7천t이 줄어든 것이다.
밀도 사정은 비슷하다. 허베이(河北)와 산시(山西), 장쑤(江蘇) 등 11개 밀 생산지에서 중국 업체들은 올해 4천896만1천t을 수매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972만7천t이 감소한 것이다.
중국의 식량 전문가들은 "곡물 가격 상승을 예상한 농민들이 출하에 소극적인 이유도 있지만 외국계 곡물업체들이 공격적인 수매에 나섰기 때문"이라며 "북방의 콩과 밀에 주력했던 외국계 기업들이 점차 남하하면서 마지막 남은 식량 자원인 중국의 쌀 시장까지 공략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중국 사회과학원 농촌발전연구소 이궈상(李國翔) 연구원은 "풍부한 자금을 갖춘 외국 기업들을 이대로 방치한다면 중국의 민영기업은 물론 국유기업까지 타격을 받게 돼 식량 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식량 자원을 보호할 수 있는 조치가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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