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영 포커스] P&G, '리버스엔지니어링' 신흥시장에서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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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0-04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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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가 면도기 '질레트가드'로 인도시장 공략나서

   
 
브랜드별 인도 면도기시장 점유율(지난해 기준/출처:WSJ)
(아주경제 이정은 기자) 프록터앤드갬블(P&G)의 면도기 브랜드 질레트는 전 세계 면도기시장의 70%를 점하고 있다. 끊임 없는 연구개발(R&D)을 통해 '다중 면도날'을 내놓는 등 혁신을 거듭한 결과다.

하지만 P&G가 최근 선보인 제품은 그간의 혁신 성과를 무색케하고 있다. '질레트가드(Gillette Guard)'라는 이름의 이 제품은 면도날이 하나밖에 안 될 뿐더러 가격은 11 센트(약 124원)에 불과하다. 이는 기존 제품 가격의 5% 수준이다. 인도와 같은 신흥시장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한 전략 제품인 탓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신흥시장 선점을 위해 파격적으로 가격을 낮춘 P&G의 저가전략을 소개했다.

P&G는 이번주부터 질레트가드를 인도시장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가격은 면도기가 15 루피(34 센트), 면도날은 5 루피(11 센트)로 책정됐다. 이는 인도에서 샴푸 한 봉지나 소형 치약 하나를 살 수 있는 가격으로, 주력 상품인 '마하3(Mach 3)' 가격의 20분의 1 수준이다.

P&G가 이처럼 저가공세에 나선 것은 신흥시장에서는 그 이상의 혁신전략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5중 날이나 전동장치가 장착된 면도기로 인도시장 공략에 나서봤지만 소비자들이 꿈쩍도 하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P&G는 제품 가격을 낮추기 위해 윤활밴드를 제거하고 묵직하고 다양한 색깔의 손잡이 디자인을 포기하는 대신 가벼운 플라스틱 손잡이를 채택했다.

알베르토 카발로 P&G 부사장은 "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질레트를 접하게 해주는 것이 첫번째 목표"라며 "일단 소비자들이 면도하는 것을 즐기게 된다면 더 다양한 제품에 관심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P&G는 이중날을 쓰는 4억명의 인도 남성을 질레트가드의 타깃 고객층으로 삼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인도 면도기시장 점유율 선두는 세계 2위 면도기업체인 미국 슈퍼맥스의 동명 브랜드로 인도시장의 15%를 차지하고 있다. '슈퍼맥스'의 면도날 가격은 1.5~2 루피로 질레트가드의 절반도 안 된다.

젤레트가드의 가격 경쟁력은 아직 슈퍼맥스에 비할 게 아니지만 P&G는 앞으로 신흥시장 저소득 소비자에 대한 저가공세를 강화할 계획이다.

로버트 맥도널드 P&G  최고경영자(CEO)는 향후 5년 안에 전 세계 인구의 7분의 5를 고객층으로 확보한다는 계획인데 이를 달성하려면 신흥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게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인도시장에서 P&G는 유니레버와 같은 경쟁사에 비해 점유율이 크게 달리는 상황이다.

WSJ는 이 때문에 P&G의 제품개발 전략도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에는 선진시장에서 성공한 프리미엄 제품의 판로를 신흥시장으로 확대해 고소득층을 타깃으로 삼았다면 이제는 더 많은 수요를 채우기 위해 신흥시장 저소득 계층을 위한 제품을 특화시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P&G는 이같은 전략을 '리버스엔지니어링(역설계ㆍreverse engineering)'이라고 부른다. 이제껏 대부분의 선진시장에서는 제품을 먼저 개발하고 적당한 가격을 책정했지만 제품 개발 과정에서 타깃 고객의 소비력과 제품 공정 등을 미리 고려하는 방식이다.

nvces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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