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권영은 기자) 미분양 아파트가 줄어드는 만큼 건설사들의 고민과 고충도 커지고 있다. 미분양 해소를 위해 내놓은 할인분양 등의 미분양 촉진책이 '부메랑'이 되어 기존 계약자나 입주예정자들의 민원으로 되돌아 오고 있는 것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분양에 나섰던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할인분양에 따른 민원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인천 서구 신현동 E아파트 단지는 분양가 최고 1억700만원 할인, 발코니 무료확장 등의 혜택을 잔여가구에 한해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할인분양에 들어가기 전에 분양을 받은 입주자들이 똑같은 조건을 적용해 줄 것으로 요구하거나 일부에서는 계약해지를 요구하고 있다.
이 아파트에 거주하는 김모(40·여)씨는 "집을 내놔도 할인분양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분양가 보다도 싸게 팔아야 하는 고충이 따른다"며 "다른 입주자들은 미분양 세대와 동일한 조건의 할인혜택을 달라고 항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해당 건설사는 "미분양 물량은 대부분 저층이거나 향이 좋지 않아 계약 조건 변경 등을 통해 소진하려는 것"이라며 "법적으로 소급적용의 의무가 없음에도 일부 계약자들이 이 같은 요구를 해오고 있어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천안 용곡동에서 V아파트를 분양 중인 건설사도 잇따르는 민원과 계약해지 요구에 난감한 상황이다.
잔여물량에 한해 최초 분양가 대비 최고 5000만원을 할인해 주고 있지만 입주자들은 "동일한 조건을 적용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해당 건설사 관계자는 "미분양을 안고 가는 만큼 손실이 발생하는 것이며, 때문에 추가적인 손실을 각오하고 할인분양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런 현실에서 기존 입주자들까지 분양가를 낮춰 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부산 연산동의 X아파트와 천안 청수행정타운의 S아파트도 분양가 인하는 물론 계약해지 요구가 잇따르는 등 대부분의 미분양 아파트 현장에서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직접적인 분양가 할인이 아닌 아파트 계약 시 소형차 증정이나 휴가비 지급, 잔금 선납 시 분양가 할인 등의 간접 할인 방식을 택하는 건설사들이 늘고 있다.
이벤트성 할인분양이 직접적인 할인분양에 비해 입주예정자들의 민원이 그나마 적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동성 확보를 위해서라도 미분양 물량을 빨리 소진시켜야 하지만 기존 계약자나 입주자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어 이벤트성의 간접 할인에 나서고 있다"며 "특히 요즘 계약자들은 '추후 할인분양 시 입주예정자들과 협의할 것' 등을 계약 조건으로 내걸고 있어 건설사들의 아파트 분양 환경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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