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성우 기자) 일본이 4년3개월 만에 제로금리로 복귀하며 미국 유럽 등의 양적완화에 맞불을 놓았다. 도쿄증시는 이에 힘입어 연이틀째 1%대이상의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그럼 국내증시에는 호재가 될까 아님 악재가 될까. 증시전문가들의 의견도 갈렸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5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어 정책금리를 현행 0.1%에서 0~0.1%로 낮추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일본이 제로금리를 시행한 것은 2006년 7월 이후 4년 3개월 만이며 금리인하를 단행한 것은 지난 2008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또한 일본은행은 5조엔 규모의 자산매입기금을 만들어 국채와 상장투자신탁(ETF), 부동산투자신탁(REIT) 등을 매입하는 형태로 자금 공급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은행권에 대한 대출프로그램 규모는 기존 30조엔 수준을 유지하고, 월간 국채 매입 목표 규모도 1조8000억엔 수준을 고수하기로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당초 ‘고정금리 공개시장조작’ 확대를 검토해온 일본은행이 제로 금리로 회귀한 것은 ‘엔고 저지와 디플레이션 탈출을 위한 강한 의지를 시장에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견해가 강하게 제기됐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미국의 양적완화 조치에 이어 일본의 제로금리 선언은 글로벌 유동성을 증가시킬 것이라는 것이 증시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일본의 제로금리 선언으로 글로벌 시장에 유동성이 풍부해졌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최근 글로벌 유동성으로 외국인 매수세가 증가되는 국내 증시에 호재가 될까. 증시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은 서로 엇갈렸다.
문정희 대신증권 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일본의 제로금리는 국내 증시에 긍정적이다”라며 “전 세계 경제가 심리적으로 안정될 것이며 단기적으로 유동성 측면에서 긍정적인 소식”이라고 분석했다.
문 연구원은 이어 “전 세계가 긴축보다는 완화의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므로 아시아 통화에서 원화가 빠르게 강화로 나아갈 수 있다”며 “수출주 측면에서는 부정적이지만 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 센터장도 “일본의 제로금리는 글로벌 증시에 유동성이라는 선물을 안겨줬다”며 “ 글로벌 시장에 양적완화의 기대감이 있는 상황에서 대량의 자금을 풀어진 것이므로 외국인 매수를 촉진시켜 상승 기조로 이어질 것”이라고 파악했다.
한편, 일부 증시전문가들은 긍정적인 요소이지만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란 의견을 내놨다.
유재성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섹터별로 영향은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일본에서 한국에 투자하는 자금이 많지 않고 국내 증시에서 가장 큰 것은 미국 자금이므로 긍정적인 요소이지만 큰 부분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유 센터장은 “일본 제로금리 선언으로 국내 금리 인상이 당겨지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단기적으로 금리 인상 수혜주로 부각됐던 은행과 보험주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애초에 일본 금리 수준은 낮은 상태였기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엔화 약세를 위한 금리 동결인데 선언 이후 엔화 움직임이 시큰둥한 반응이라 부정적으로 안겨줄 요소가 없다”고 분석했다.
김 팀장은 “글로벌 유동성이라는 요소도 이미 진행되던 상황이라 기존의 흐름을 확인시켜주는 정도에 불과하다”며 “엔화가 크게 약세로 돌아서지 않는 이상은 부정적인 요소도 긍정적인 요소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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