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합병 후 기존 사업들과 시너지 효과는 자금 동원력과 함께 승패를 가늠하는 핵심 평가항목이다. 효성그룹이 하이닉스 인수 의사를 철회한 것도 '시너지 효과가 별로 없다'는 시장의 의견이 크게 작용했다.
한국 M&A연구소 관계자는 "우선협상대상자나 차상위 협상대상자를 선정할 때는 인수 대상 기업에 도움이 되고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기존 사업과 중복되는 부문이 많으면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현대차, 현대건설 세계적 브랜드로 키운다지만
세계적인 시공능력을 자랑하는 국내 건설사들이지만 정작 글로벌 브랜드 가치를 가진 건설사는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는 자재 수급 등의 문제가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이 현대자동차그룹의 품에 안길 경우, 현대제철ㆍ현대하이스코라는 안정적인 건설자재 조달처를 확보할 수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건설자재의 주원료인 봉형강 제품에서 현대제철이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며 "당진 일관제철소가 안정화되면 열연(현대제철)과 냉연(현대하이스코)으로 이뤄지는 '공급체계 사슬'을 현대건설이 확보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현대로템과 연계한 해외 고속철 및 철도차량 사업도 상당한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문제는 현대엠코다. 비록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해외플랜트 사업 위주로 특화하고 현대엠코를 건축과 토목을 맡는 방식으로 교통정리를 한다는 복안이지만, 인력 중복 등으로 인수 후 구조조정은 불가피해 보인다.
현대건설의 주택ㆍ건축 부문 인원비중은 올해 상반기 기준 27.9%(1005명/3772명)이다. 현대엠코는 32.4%(302명/931명)를 차지하고 있다. 과거 금호건설과 대우건설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사업포트폴리오 중복은 비효율과 비용 증가를 부추기는 역효과를 초래한다.
무엇보다 자동차 전문기업이 건설사를 인수한다는 지적이 현대차그룹에는 아픈 구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8일자 '현대차는 감성적이 되려 하는가' 라는 기사에서 "현대차는 이미 여러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는 자동차산업과 연관돼 있다"며 "그러나 이번 현대건설 인수전 참여는 사업 유사성의 관점에서 보면 논리성이 결여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대건설이 현대차의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다는 이점을 얻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발전소를 건설하는 기업이 자동차 대리점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 '논쟁의 소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현대차그룹은 본입찰 과정에서 이점에 대한 명확한 설명과 상당한 지분을 소유한 해외투자자들에 대한 설득 작업이 필요하다.
◆막연한 현대그룹
현대그룹이 이번 인수전에서 인수명분과 함께 강점으로 내세우는 것이 시너지 효과다.
현대상선(건설자재 조달), 현대엘리베이터(설치), 현대아산(대북사업), 현대증권(자금조달) 등 주요 계열사들이 현대건설 인수를 통해 한 단계를 도약할 수 있다는 것이 현대그룹의 설명이다.
현정은 회장 역시 지난 4월 '비전 2020 선포식'에서 이점을 여러 차례 강조하며 2020년 매출 70조원, 영업이익 5조8000억원 달성이라는 경영목표를 위해서는 현대건설 인수가 전제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럼에도 현대건설 인수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추상적이라는 지적을 현대그룹은 피할 수 없다.
실제로 현대상선이 건설자재를 운송을 통해 얻는 매출 증대효과는 미비하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통상 건설사들은 현지에서 건설자재를 조달하기 때문에 현대건설 인수에 따른 매출 증대는 없을 것"이라며 "또한 건설 중장비 운송 물량 역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미비하다"고 말했다.
엘리베이터 사업 역시 시행사들과 해당 업체들이 직접 계약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 인지도와 기술력에서 해외 경쟁업체들에 비해 떨어지는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건설 인수를 통해 해외에 진출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현대건설 인수 시 최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보이는 대북사업이 가로막힌 점은 현대그룹의 '아킬레스건'이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대그룹이 오래전부터 현대건설 인수를 추진했지만, 시너지 효과에 대한 명확한 수치나 계획은 밝힌 적은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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