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이 시장을 이끌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유럽 일본 등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풀린 막대한 자금에 힘입어 원화가치와 채권가격도 주가와 함께 오르면서 '트리플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6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5.01포인트(1.33%) 오른 1903.95을 기록했다. 국내 증시가 1900선을 돌파한 것은 지난 2008년 5월 이후 2년 5개월만이다.
전날 미국 뉴욕 증시도 시원하게 상승하며 지난 5월 3일 이후 처음으로 1만900선을 돌파했다. 일본은행(BOJ)의 제로 금리 선언이 호재로 작용했다. 9월 공급자관리협회(ISM) 비제조업 지수도 기대 이상으로 나타나면서 상승폭을 더욱 키웠다.
전문가들은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과 예상보다 좋은 국내 기업 실적, 경기 회복 기대감에 따른 투자심리 개선, 원화강세에 따른 대규모 외국인 매수세 유입 등이 겹쳤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황상연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상승에 유동성이 중요한 요인이지만 유동성만으로 설명하면 너무 폄하되는 감이 있다"며 "실적이 상승되고 거기에 유동성이 확대가 연결돼 강세를 보이는 것이다"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일본 중앙은행이 제로금리 복귀를 선언하고 양적완화를 지속하겠다면서 전날 엔화강세를 저지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도 호재라고 설명했다.
조윤남 대신증권 투자전략부 부장은 "일본은행의 제로금리 정책은 국내 금융시장으로 엔화자금의 유입 가능성을 어느 때보다 높였다"며 "이자 수익률을 거의 기대할 수 없는 엔화자금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국내 금융시장으로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고 분석했다.
다만 조 부장은 "원ㆍ달러 환율 1100원이 깨지면 증시에 충격이 올 것"이라며 "물론 완만하게 떨어진다면 증시 상승기조에는 도움이 될 것이지만 갑자기 빨라지면 증시에 큰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급 측면에서 볼 때 현 시점은 국내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가격대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위안화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간 통화전쟁이 심화되면서 원ㆍ달러 환율이 강세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입을 부추기고 있다"며 "외국인은 주가가 오르면 수익률과 환차익을 동시에 챙기는 이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황성연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들이 1700대 초반에서 공격적으로 사들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지금의 가격은 국내투자자들에게도 여전히 매력적인 가격대"라며 "이러한 공감대가 조만간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덕분에 증권사들의 목표 지수도 속속 상향 조정되고 있다.
삼성증권은 전일 12개월 코스피 목표치로 1950~2430을 제시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달러 약세 지속은 일본,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강세로 연결될 것"이라며 "실적과 밸류에이션 매력이 더해져 결국 글로벌 유동자금은 아시아권으로 흘러들어올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평가했다.
한화증권도 연말 코스피 목표치를 2060으로 올리고 내년 상반기 밴드 상단을 2230으로 제시했다.
'주가수익비율(PER) 리레이팅'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는 점을 꼽았다.
윤지호 한화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주가는 기업의 이익증가와 PER 상승이라는 두가지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며 "하반기 밸류에이션 적용의 핵심은 이익모멘텀이 아닌 PER 리레이팅(재평가)이고 PER 주기로 볼 때 평균을 넘어 할증 받는 단계로 넘어갔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연내 2000선 돌파는 어려울 것이란 의견도 존재했다.
양기인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전 2085까지 올랐었는데 그 수치로 회복하려면 내년 2분기까지는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속도론 4분기 오름세를 보이긴 하겠지만 2000에 완벽하게 안착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이머징 아시아 경기 선행지수는 4분기에 반등할 전망이지만 선진국 경기는 연내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보여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처럼 모든 불안감이 완벽하게 희석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도 "현재 상승세는 실적시즌 직전 기대치가 높았기 때문이지만 유동성과 무관하게 본격적인 회복세라 보기 어렵다"며 "해외 분위기도 실적 기대감으로 분위기가 좋기는 하지만 선진국 소비둔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신규 투자는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adonius@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