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11일 전날 러시아를 방문한 아널드 슈워제네거 미국 캘리포니아주 주지사와의 면담에서 뼈있는 농담을 했다고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 현지 언론이 전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이날 슈워제네거를 모스크바 외곽에 있는 자신의 관저로 초청해 "당신은 마침 모스크바 시장 자리가 공석인 때에 러시아를 방문했다"고 운을 뗀 뒤 "내년 1월이면 당신이 주지자 직에서 물러날 텐데 당신이 러시아인이었으면 모스크바 시장에 입후보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지난달 부패의혹과 근무태만으로 비난을 받아오던 18년을 장수해온 유리 루쉬코프 모스크바 시장을 해임한 뒤 현재 후임자 인선을 고민하고 있다.
그가 건넨 농담에는 슈워제네거처럼 훌륭한 사람이 차기 시장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녹아있었다. 슈워제네거는 이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서도 "메드베데프는 국가 발전에 대한 장기적 전망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 칭찬했다.
그는 이어 "신기술 개발에 애쓰는 훌륭한 러시아 학자들이 미국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진정한 기술혁명과 기적을 이루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메드베데프의 농담에 앞서 슈워제네거는 "앞서 6월 당신이 캘리포니아를 방문했을 때 '내가 돌아올 것(I’ll be back)'이라고 말했었는데 그 약속을 지켰다"고 재치있게 얘기를 시작했다.
자신이 주인공으로 출연한 영화 '터미네이터’의 "나는 돌아올 것(I’ll be back)”이란 명대사를 인용한 것이다.
슈워제네거는 지난 6월 말 미국 캘리포니아주를 찾았던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초청으로 러시아를 방문했다. 메드베데프는 방미 당시 캘리포니아주의 실리콘밸리를 직접 찾아 애플, 트위터 등 정보통신(IT) 기업 최고 경영진들과 면담하는 등 미국의 첨단 산업에 큰 관심을 표시했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관저 면담을 끝낸 두 사람은 곧바로 러시아가 미국 실리콘밸리를 모방해 건설 중인 모스크바 서쪽 외곽의 '스콜코보' 첨단 산업단지를 방문했다.
러시아는 원자재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에서 벗어나 첨단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방안으로 스콜코보에 IT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news@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