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조준영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 C&C 지분을 담보로 금융기관과 대출계약을 맺었다가 보름 만에 해지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이는 공시 누락 탓인 것으로 확인됐다.
12일 SK C&C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주식대량보유상황보고서를 보면 최 회장은 최대주주로서 보유해 온 이 회사 보통주 2225만주(발행주식 대비 44.50%) 가운데 18.02%인 401만696주를 우리투자증권에 담보로 제공하고 대출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일과 공시일은 각각 전달 14일과 20일이다.
SK C&C는 이러한 계약 사실을 1일 새롭게 제출한 주식대량보유상황보고서에는 기재하지 않았다.
이 회사 3대주주 SK텔레콤이 보유지분 450만주(9.00%) 가운데 54.44%인 245만주를 2033억5000만원(1주당 8만3000원)을 받고 쿠웨이트정부에 매각한다는 내용만 담겼다.
자본시장법상 최대주주 측 지분에 대한 신탁ㆍ담보ㆍ대차 계약 등이 체결ㆍ유지될 경우 이러한 내용은 주식대량보유상황보고서를 제출할 때마다 기재해야 한다. 계약을 변경 또는 해지할 때도 마찬가지다.
이번 공시만 보면 투자자는 최 회장과 우리투자증권 간 주식담보대출계약이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거나 해지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최 회장과 우리투자증권 간 계약은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확인됐다.
SK C&C 관계자는 "다만 담보를 설정한 뒤 실제 대출을 받았는지, 그랬다면 그 규모가 얼마인지는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주식대량보유상황보고서를 제출하면서 기존 계약 내용을 누락했다면 정정공시를 통해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장기업 최대주주 지분 가운데 20%에 맞먹는 물량을 금융기관에 담보로 잡힌 만큼 투자판단에 중요한 정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SK C&C 외에도 SK그룹 계열사 가운데 SK케미칼 우선주 8만7515주(3.11%)와 SK 보통주 1만주(0.02%), SK텔레콤 보통주 100주(0.01% 미만), SK해운 보통주 143주(0.01% 미만)를 보유하고 있다.
SK그룹 계열사 총자본금 가운데 최 회장 출자금 비중은 0.1% 미만이다.
최 회장이 최대주주인 SK C&C는 그룹 지배구조 정점으로 작년 전체 매출 1조3125억6400만원 가운데 66.42%인 8718억2900만원을 주요 계열사로부터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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