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방영덕 기자) 체크카드 수수료율 인하 여부를 두고 금융당국과 업계의 시각이 엇갈린다. 현재 2% 안팎의 체크카드 수수료율을 낮춰야한다는 금융당국과 더 이상 인하는 힘들다는 업계의 주장이 대립하고 있다. 업계 내에서도 전업계와 은행겸영 카드사 간 입장 차이가 커 실제 인하가 이뤄지기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체크카드, 자금조달·연체관리비 등 부담없어"
금융당국은 현재 체크카드 수수료율 인하에 대해 그 폭과 시기를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1일 진동수 금융위원장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자리에서 "체크카드 수수료율이 높다"며 "인하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힘에 따라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은행겸영 카드사를 중심으로 체크카드 수수료율 인하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며 "올해 안으로 체크카드 수수료율 인하 방안을 권고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체크카드가 신용카드와 달리 자금조달비용과 연체관리비가 없는 만큼 가맹점 수수료율을 인하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체크카드는 기존 신용카드 망을 이용함에 따라 비용 부담도 크지 않다고 금융당국은 보고 있다.
현재 카드사들의 체크카드 수수료율은 2% 내외로 신용카드와 비슷한 수준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체크카드는 결제 즉시 통장에서 현금이 빠져나가 카드사는 처리비용 외에 신용위험을 전혀 부담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 입장에선 가맹점들로부터 체크카드 수수료로 카드사들이 부당이득을 챙기는 것은 아니냐는 민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현실도 간과할 수 없다.
금융위 관계자는 "체크카드 이용자수가 점차 증가함에 따라 카드사의 책임이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밝혔다.
체크카드 수수료율은 2007년 단 한차례 인하된 이후 현재까지 변동이 없었다. 업종별 사업장 규모별로 가맹점 수수료 인하조치가 2008년 10월부터 세 차례 이뤄졌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카드사 "현실 너무 몰라…더 이상 인하 어려워"
연일 거세지는 체크카드 수수료율 인하요구에 카드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운 상태다. 금융당국이 업계의 현실을 너무 모른다는 볼멘소리를 내는 한편 전업계와 은행겸영 카드사의 입장 차이가 있어 의견수렴이 어려운 실정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실제 체크카드 결제금액은 소액위주여서 카드사 입장에선 결코 큰 수익원은 아니다"라며 "그럼에도 신용카드를 아직 발급받지 못한 잠재고객의 유입을 위해 체크카드를 운용하는 측면이 크지만 당국에선 현실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카드업계는 현재 일반 신용카드 가맹점 평균 수수료율 2.22%보다는 낮은 수준인 2%대이므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설령 인하되더라도 체크카드는 신용카드의 할인혜택이나 포인트 적립 등의 서비스를 똑같이 이용하고 있어 그 여력이 크지 않다고 주장한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직불카드와 달리 체크카드는 신용카드 결제망을 이용하기 때문에 이 비용이 적지 않다"며 "당국의 의지대로 수수료율 인하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계좌이체 수수료 부담에 대해 전업계와 은행겸영 카드사간 입장이 달라 조율이 쉬어 보이지 않는다.
전업계 카드사들은 같은 은행 계좌를 이용해 이체수수료 부담이 없는 은행겸영 카드사에서 체크카드 수수료율의 인하 여지가 더 크다고 본다. 전업계 카드사는 현재 각 은행의 계좌이체 수수료로 0.5%를 부담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겸영 카드사 입장에선 전업계 카드사가 계좌이체 수수료를 부담하는 것은 사실이나 의미 있는 수준의 차이는 아니라는 판단이다.
한 은행겸영 카드사 관계자는 "자금조달비용 측면에서도 은행겸영과 전업계 카드사간 부담차이가 결코 큰 편이 아니다"라면서 "이를 근거로 은행계가 체크카드 수수료율을 더 인하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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