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자금수요 겹쳐 연내 통화긴축 쉽지 않아
금통위, 물가보다 대외여건 무게.. 독립성 훼손 우려도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금융·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 인상의 리스크로 떠올랐다.
금통위는 현재 물가가 우려할 만한 수준임을 인정하면서도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등 대외적 여건에 휩쓸리며 금리 인상 타이밍을 놓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국제 사회가 연일 한국때리기에 나서고 있어 금통위의 현재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여 연내 금리 인상은 어려울 전망이다.
◆ 기준금리, 2011년 인상?
한국은행은 지난 14일 금통위 정례회의를 열고 2.25%인 기준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키로 했다.
이달 금통위가 금리를 묶음에 따라 기준금리 연내 인상 가능성은 낮아졌다. 다음달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있는 데다 연말 자금 수요가 집중돼 통화긴축에 나서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11월에 큰 행사가 있고 12월에는 연말 자금 수요 때문에 금리 인상이 쉽지 않아 이번 금리 동결은 실기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하나대투증권·유진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도 보고서를 통해 연내에는 기준금리가 오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전망은 G20 정상회의·환율에 대한 금통위의 기조가 반영된 것이다.
현재 금통위는 정책 결정에 있어 국내 경제 여건보다는 한국을 바라보는 외국의 시선과 G20 정상회의에서의 한국의 역할 등에 비중을 두고 있다.
또 금통위는 글로벌 환율 문제가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어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일본이 시작한 한국때리기에 미국·영국 등이 동참하며 원화절상 압력을 키우고 있는 점도 금통위를 압박해 금리 인상을 어렵게 하고 있다.
◆ 금통위원, 물가보다 G20가 중요
금통위원들도 지난 9월이나 이달이 금리 인상 시점이었다는 데에는 동의하고 있다. 물가가 심각한 수준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지난 9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대비 3.6% 올랐으며, 생산자물가지수도 전월 대비 1.0% 올랐다.
또 두바이유 가격이 80달러를 넘어서는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요동치고 있는 점도 물가 불안을 키우고 있다.
한 금통위원은 "물가에 대해 엄청난 고민을 하고 있다"며 "현 수준에서는 당장이라도 금리인상이 가능하다"고 말해 금리 인상 시점을 놓쳤음을 시인했다.
하지만 G20 의장국을 맡았다는 점이 금리 인상을 제한하고 있다. 의장국으로서 국제적 흐름에 벗어난 정책을 쓸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금융·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금통위가 금리 정상화에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또 금통위가 G20 성공개최를 목적으로 통화정책을 결정할 경우 시장은 금통위의 정치적 중립성이나 독립성이 훼손됐다고 판단할 수 있어 혼란이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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