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 빅2’ 압수수색 싸고 갈등 깊어지나

  • 검찰 “봐주시 세무조사 아니냐” 의혹 국세청 “불쏙 찾아와 뒤지다니” 불쾌

(아주경제 송정훈, 김희준 기자) 태광그룹 정관계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국세청의 심장부를 압수수색하면서 양측의 갈등이 수면위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이번 압수수색을 놓고 다른 사정기관에서도 검찰이 과잉수사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형국이다.

대기업 사정정국에서 수사권한 남용문제가 불거지면서 검찰과 국세청의 파워게임이 본격 시작됐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압수수색 놓고 갈라서는 검찰-국세청

연일 태광그룹 의혹 수사에 강도를 높이던 검찰이 마침내 국세청도 겨냥했다. 지난 18일 서울서부지검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비유되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을 전격 압수수색해 태광산업과 함께 비자금 관리의 중심으로 알려진 고려상호저축은행에 대한 세무조사 자료를 넘겨받았다. 검찰이 협조공문을 보내고 국세정에 이에 따라 자료를 제공하던 기존 관례를 깬 것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19일 “현행법상 개인 과세정보를 국세청이 다른 기관에 넘겨주기 위해선 판사의 영장이 필요하기 때문에 어제 검찰이 영장을 갖고 방문했던 것”이라며 “통상적인 의미의 압수수색이 아니라 자료요청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당혹감과 불쾌감을 보이고 있다는 게 국세청 관계자의 전언이다.

국세청이 그간 다른 사정기관으로부터 압수수색을 몇 차례 받아왔고 그때 마다 불편한 관계를 표출했다.

앞서 지난해 5월 썬앤문 사건(2003년) 이후 두 번째로 서울국세청 조사4국은 대검 중수부로부터 ‘예고없는 수색’을 당했다.

지난 2008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측근인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여 200억원 이상의 조세포탈 사실을 확인했음에도 일부 혐의를 빠뜨리거나 검찰에 일부 자료를 넘기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었다.

당시 국세청 관계자들은 “직접 사무실을 찾아 컴퓨터와 자료를 뒤지는 식의 압수수색은 처음 본다. 마치 피의자 다루듯 한다”며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또 경찰은 지난해 국세청 직원들의 세무관련 비리 의혹과 관련, 중부지방국세청과 서울의 종로·용산·구로세무서 등을 각각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사정기관 “검찰 과잉수사” 우려 표명

문제는 검찰의 이번 압수수색 배경이 단순히 자료확보가 아니라는 점이다. 국세청도 태광그룹 로비 의혹 수사선상에 올랐다는 지적이다.

국세청이 지난 2007∼2008년 태광그룹 계열사 세무조사에서 1000억원대 이상의 비자금과 세금탈루 사실을 적발하고도 ‘고의성이 없다’고 결론짓고 검찰에 고발하지 않은 채 태광그룹측에 수정신고토록 하고 수백억원의 추징금만 부과하는 선에서 마무리를 지은 바 있다.

검찰이 이번 압수수색을 계기로 국세청의 ‘봐주기 세무조사’ 의혹도 규명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양측의 관계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특히 국세청이나 다른 사정기관이 이번 검찰의 압수수색을 ‘도가 넘은 행위’라고 지적하면서 사정기관간 균열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한 사정기관 고위관계자는 “그간 사정기관은 ‘공정사회’ ‘반부패’등 거시적 관점에서 수사 공조를 펼쳐왔다”며 “압수수색이든, 회계감사든 각자 기관 나름의 방식으로 조사를 펴는 것이지만, 자료요청도 없이 행한 압수수색은 과잉수사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태광그룹이 당초 편법·증여 상속 문제로 불거져, 정관계 로비로 흐르면서 정치적 성격이 강한 편”이라며 “이럴수록 사정기관은 수사협조 등 정상 절차를 밟아야 외풍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가세했다.

이에 대해 국세청 측도 ‘봐주기 세무조사’ 의혹과 관련, “중차대한 세무조사를 진행하면서 ‘로비’를 받았다면 국셍청은 문을 닫아야 한다”며 “태광그룹에 대해 봐주기 세무조사를 했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강력반발했다.

songhdd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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