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선환·이광효 기자)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가 오는 22일에서 23일 경주 힐튼호텔에서 개최될 예정인 가운데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현재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환율전쟁에 대해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윤증현 장관은 이번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국제통화기금(IMF) 쿼터 개혁이나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 같은 주요 의제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더욱이 최근 환율전쟁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됨에 따라 윤증현 장관에게는 이러한 과제들보다 훨씬 더 무거운 환율전쟁 중재라는 과제가 지워졌다.
사실 IMF쿼터 개혁이나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 같은 것은 원론적으로는 G20 국가들이 그 필요성에는 인정하고 있어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 어려운 일만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의 환율전쟁은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치고 있어 우리나라가 중재자로서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윤 장관은 경주 회의에서 '환율 전쟁은 곧 공멸'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주요국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겠다는 뜻을 수차례 밝혔다.
불과 며칠 전까지도 환율 갈등이 G20 회의에서 이슈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대외적으로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던 태도를 벗어나 의장국으로서 적극적인 중재자를 자임하고 나선 것.
이 같은 입장 선회에는 각국이 자국 통화의 평가절하를 통해 수출을 늘리려는 보호주의 정책을 취한다면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또 정부가 고환율 유지를 위해 인위적으로 환율 정책을 운용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분명히 밝힘으로써 한국이 적극적인 시장개입을 통해 통화절상 압력을 흡수하고 있다는 일부 외신들의 의혹제기를 적극적으로 일축했다.
G20 내부에서 환율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실무진 차원에서 중재가 치열하게 이뤄지고 있는 데다, 미국과 중국간에도 환율에 대한 화해 조짐이 일고 있어 우리 정부가 의장국으로서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선다면 경주 회의에서 어느 정도 성과가 나올 수도 있다.
특히 중국이 19일 금리를 전격 인상해 재무장관 회의 의장인 윤 장관에게는 중재의 리더십을 발휘할 여지가 넓어졌다는 평가다.
중국의 금리 인상은 대외적으로 고조되는 '환율 전쟁'의 책임을 덜려고 위안화 절상을 어느 정도 용인하겠다는 뜻을 보여준 '긍정적 시그널'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같은 '해빙 무드'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중국이 막판까지 고집을 부려 양보점에 이르지 못하면 환율 갈등을 중재하려는 우리 정부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윤 장관으로서는 어떻게 해서든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환율 갈등의 타협점이 마련되도록 이번 경주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디딤돌'을 만들어놓아야 하는 상황이라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경주에서 그가 어떤 묘수를 짜내 중재자로서의 리더십을 발휘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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