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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금지)[광공해-취재후기] "빛을 줄여 서울에 명소를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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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0-25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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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박성대 기자) 런던엔 타워브릿지, 파리에는 퐁 네프 에펠탑, 프라하의 카를 대교….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명소들이다. 이 곳들은 역사적인 사건들로 명성을 떨치고 있지만, 야간 조명의 도움을 받아 사람들의 머리속에 낭만적인 관광지로 인식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서울의 밤에는 과연 어떤 건축물이 빛나고 있을까"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답을 내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선택지가 많기 때문이다. 이는 유난히 빛나는 곳도 없거니와 모든 건축물이 제각각의 빛으로 그 위용을 뽐내고 있는 현실이 한 몫한다.

런던, 파리, 암스테르담, 도쿄 등 세계적 수도와 비교해도 압도적인 수량과 폭을 지닌 한강. 여행을 해본 사람이라면 도심에 흐르는 강 중에 한강이 얼마나 큰 강인지 알 수 있다.

강에 놓인 대교의 숫자만 해도 23개다. 이 중 5개(마포·천호·영동·노량·잠실철교)를 제외한 18개의 교각에 야간 경관조명이 설치돼 운영 중이다.

강에 놓인 대교의 80%가 밤에 서로를 위시하면서 빛을 뿜어댄다. 세계 유명지서도 유래없는 숫자다. 이런 이유로 한강의 밤은 언제나 밝다.
 
하지만 18개의 대교 중 서울시가 자화자찬하는 다리를 포함해 세계적으로 명소가 될 만한 곳은 없다. 테마가 없기 때문이다. 그저 비슷한 색으로 밝게 하거나 현란하게 변화할 뿐이다.

기자가 영국 어학연수시 이웃집에 살던 영국인 C씨(33·버밍엄 거주)는 작년 출장 차 한국을 방문했다. 서울에서 한강 교각을 바라보던 그는 "야간조명은 명소 건물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효과가 있는데, 이곳 다리들은 모두가 밝으니 오히려 눈에 잘 안띄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에게 한강 18개의 교각 이름을 모른채 야간 조명을 내뿜는 사진만으로 특징을 찾아내라고 한다면 과연 가능할까? 정답은 '노'다. 비슷한 밝기의 조명이 교각 마다의 특징을 없애고 있기 때문이다.

예산을 낭비해가며 야간조명을 정비하는 곳은 오히려 외국인의 발걸음이 뜸하다.

오히려 최근 한국을 방문하는 관광객 1위를 차지하는 중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명소는 바로 사진을 찍고 가면 돈을 잘 벌 수 있다는 '이화여대 정문'과 쇼핑 천국 '명동' 그리고 천혜의 섬 '제주도'라고 한다.

서울은 명소는 없고, 소비만 있는 곳이 돼버렸다.

김정수 시민환경연구소 부소장은 "조명이라는 것 자체가 빛과 어둠의 조화로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현재 서울시가 내세우는 명소라고 하는 곳은 그저 밝기만 하다"고 쓴소리를 했다.

asrada83@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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